▲지금 청도는 씨없는 감, 청도 반시로 온통 주홍빛이다.
김종성
하늘과 물이 맑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맑고 푸르다 해서 붙은 동네 이름 '청도'. 경상북도의 남단, 대구광역시 아래에 자리한 청도는 지금 가을이 오는 골목에 놓여 있다. 경북 청도의 가을은 온통 탐스러운 주홍빛이다. 감나무가 산기슭과 마을과 거리를 가득 메우고 나무마다 탐스러운 청도 반시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청도 전체가 황톳빛 감물이 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매년 10월 중순 청도에서는 반시 축제도 열린다(올해는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청도 감은 생김새가 동글납작해서 반시(盤枾)라고 불리며 씨가 없는 게 특징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감나무를 뽑아 다른 지역에 심어도 씨가 생긴다는 점이다. 주위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지형에다 유독 안개가 많이 끼는 청도의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특성은 청도에서 곶감보다 감말랭이를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감말랭이는 감을 서너 조각 내 말린 것인데 젤리처럼 쫄깃하고 달달하다. 들고 다니면서 한두 개 집어먹다 보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안개 같은 구름이 흘러다녀서인지 청도의 최고 자랑은 뭔가 몽환적인 이름을 지닌 절, 운문사(雲門寺)다.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청정도량 운문사는 과거 신라 화랑들의 수련장이었으며, 1277년 운문사 주지가 된 일연 스님이 5년 동안 머물면서 겨레의 위대한 유산인 <삼국유사>를 집필했던 곳이기도 하다. 새로 냈다는 '솔바람길'을 따라 구름이 머무는 절 운문사에 닿아 바위 절벽 아래 암자까지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맞으며 걸어봤다.
운문사의 숨은 비경을 기대하며 걷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