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대로 제작, 시공, 설치되지 않은 김연아 조형물.
조호진
김윤주 군포시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명칭 문제였다. 김연아 동상의 공식 명칭은 '철쭉동산 주변 경관조성 조형물'인데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군포비대위)가 김연아 선수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사건을 부풀리려고 '김연아 동상'이라고 명칭을 임의 변경했다는 것이다.
'김연아 유명세'를 이용한 당사자는 군포시다. 군포시는 35억 원이 소요되는 '주요관문 경관조성사업' 계획을 2009년에 세웠다. 그 중에서 15억4000만 원을 들여 김연아 조형물을 3개 세우려고 했다가 군포시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김연아 조형물 실시설계 용역이 미리 발주되면서 김연아 조형물이 부득불 추진됐다. 시민들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시의회의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시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조형물의 주인공인 김연아 선수 측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이다. 김연아 선수 측은 2011년 김연아 거리조성 사업이 논란이 되자 군포시에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군포시는 김연아 선수 측의 반대가 예상되자 동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결국엔 '김연아를 닮지 않은 김연아 동상'을 탄생시켰다.
군포시는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의 참여를 차단시켰다. 전문가는 조각가 권씨 혼자였다. 실시설계 용역에서부터 '마스터 플래너'로 참여한 권씨는 이 사업에서 가장 큰 수혜자다. 군포시는 시장과 공무원, 시의회를 상대로 4회에 걸쳐 용역보고회를 가졌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용역보고 과정에서 편법 설계로 예산이 부풀려지고, 제작 불가능한 설계의 문제점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전문가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면 불법 조형물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8월 15일 경기도 파주에 조성된 고(故) 장준하 추모벽(조형물) 전체 공사비는 2억5000만 원이다. 김연아 조형물 공사비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시민과 전문가들로 추진위원회가 결성됐고, 파주시는 추진위의 결정에 따른 실무적 역할을 맡았다. 민관 협력으로 추진된 장준하 추모공원 1단계 조성사업은 투명한 절차와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사업 취지를 충족시켰다. 검증 장치가 있고 없음에 따라 사업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두 사업은 보여준다.
김연아 동상은 공무원과 시장의 몫이었다. 김 시장은 설치 위치를 '산본IC'에서 '철쭉동산'으로 변경시켰다. 자신의 역점사업인 철쭉동산에 김연아 조형물을 유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민 눈높이를 맞추지는 못했다. 김연아 동상은 10.3m 높이에 설치됐는데 목을 길게 빼도 조형물 전체 감상이 어렵다. 전체를 감상하려면 100m가량 떨어져서 봐야 한다.
한적한 장소에 설치한 것도 문제다. 시민을 위한 조형물이라면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 설치됐어야 했다. 군포시는 주변 경관 조성이란 미명 아래 5억 원을 쏟아부었다. 군포시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74.2%로 경기도 재정 자립도 61.7%보다 높지만 혈세를 낭비할 정도로 재정이 튼튼한 것은 아니다. 조각가들은 김연아 조형물에 대해 시민을 위한 조형물도, 5억짜리도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연아 조형물 조성사업은 시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시공업자와 조각가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사업이었다.
검찰 vs 감사원 중 누가 먼저 진상규명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