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상호적 인간이 협력하는 '사회적 경제'의 시대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협동조합학교에서 강연하는 정태인 새사연 원장.
이승후
"이기적(利己的) 인간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작동해 사회의 이익도 최고가 된다는 아담스미스의 '자유방임 경제'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상호적(相互的) 인간이 협력하는 '사회적 경제'의 시대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이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노인복지관에서 열린 '2012 광산구 협동조합학교'를 찾았다. 이날 강연에서 정 원장은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신자유주의,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자유방임 경제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했다. 정 원장은 '게임이론(Game Theory)' 등 기존의 경제학 이론 체계 속에서 그 필요성을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정 원장은 먼저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상호적이다"고 주장했다. "자유방임 경제학이 가정하는 이기적 인간은 인류 역사에서 보편적이지도 않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인간상이 아니다"며 주류경제학 체계의 뿌리를 흔들었다.
이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정 원장은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을 제시했다. '하늘에서 1만원이 떨어지고, 그것을 두 사람이 나눠야 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수강생들에게 던졌다. 세계 각지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 대부분 4천~5천원 선에서 돈을 나누 갖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돈을 나누는 사람이 9천9백원을 갖고 상대방에게는 100원만 주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즉 인간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상호적인 존재라는 결론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호적 인간을 기본으로 논리를 전개한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이어 "우리들이 당면한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은 시장이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자유방임 경제학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주장이다. 민주주의는 시장에서 공급될 수 없고, 기후변화와 사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은 무기력한 것이 현실임을 역설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 사회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협력을 기초로 하는 사회적 경제야말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정 원장은 특히 "사교육은 1%의 세습귀족을 만들고, 사회의 창의성을 죽이고, 출산율을 낮춘다"며 "망국의 지름길인 사교육을 강력한 규제로 잡겠다는 대선주자가 없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든 사람들이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협력이 최선이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맡겨진 사교육에 강력한 규제 정책을 쓰는 것이 필요한데 대선의 당면한 이슈로 떠오르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