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 발견돼 '구청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개는 다행히 새 주인을 빨리 만났다.
박다영
김지아(여·29)씨는 지난달 30일 새 가족을 맞았다. 코카스파니엘 믹스견 '구청이'가 그 주인공이다. 우연히 센터 앞을 지나다 반갑게 꼬리를 흔들던 '구청이'를 봤다. 장난감을 좋아해 종일 공을 물고 다니는 사랑스러운 개를 보자, 입양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10년간 부모님이 애지중지 키웠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것도 한 이유였다. 입양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한 건 당장의 외로움 해소나 개를 기르고 싶은 욕망이 아닌 반려견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냐는 점이었다.
"유기견 입양은 처음이라 제 환경에서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특히 사람에게 상처받은 유기견이라면요. 다른 개들보다 더 큰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할 텐데, 가족이 돼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사랑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봤어요."'구청이'는 지아씨 부모님이 거주하는 캐나다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유기견이 쉽게 입양되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견종은 크기가 작은 소형견이나 나이가 어린 개다. '송송이'는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한 성격이지만 7kg의 중형견이라 새 가족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이 밖에도 '크면서 못난이가 됐다', '대소변을 못 가린다', '애기 때는 말을 잘 듣다가 크면서 포악해졌다'는 불만으로 '파양', 곧 입양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박의종 간사는 "강아지 성격은 주인이 좌우하는 법"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기견은 '아프다'는 편견이 있는데 보호소에서 철저히 검사하고 접종도 다 한 상태에서 일반인에게 분양합니다. 입양 조건에서 크기가 많이 좌우되는데 대형견이 아니고서야 웬만큼 큰 견종은 가정에서 키울 수 있어요. 물론 다시 버려지지 않도록 오랫동안 고민하고 입양을 결정했으면 합니다." 유명무실한 동물보호법, 지자체 조례로 실천해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밝힌 '유기동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유기동물은 9만6268마리에 이른다. 이는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의 집계일 뿐 거리를 떠돌거나 사설 보호소에서 안락사한 경우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유기동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송이'나 '구청이'처럼 유명 동물보호단체 보호소나 입양센터에 있는 유기견들 사정은 그나마 낫다. 전국에 난립한 열악한 시설의 사립 보호소는 수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현황조사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보호소를 방문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져 있을 뿐이다.
근본 원인은 국가와 지자체의 시스템 부재다. 그나마 최근 유기동물이나 동물 학대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한 발 나아간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동물의 구조, 보호조치 등을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동물보호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동물보호센터의 준수사항은 시·도의 조례 제정으로 명시하게 했다. 하지만 시·도의 적극적인 조례 제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동물보호법 자체가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이 허술한 점도 지적된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유기동물 중 46% 이상이 자연사 또는 안락사했다. 지자체 보호소에 맡겨지는 유기동물은 공고한 날부터 10일이 경과해도 소유자를 알 수 없으면 해당 시·군·구 자치구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대부분 안락사의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전체 유기동물 중 분양률은 26%에 불과했다. 지자체에 따라 지정보호소가 적거나 수의사 없이 운영되는 곳도 있어 유기동물단체에서 시 지정보호소를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8일 녹색당과 사단법인인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바람직한 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유봉 박사는 국회 입법 의안 중 5% 정도만 통과된다는 점에 주목해 "경기 안성시 맞춤형 동물복지농장 등 지역에서 조례를 만들어 성공한 사례를 많이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법까지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인 구달, "인간에겐 동물 다스리는 권한 대신 보호 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