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하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그림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과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011년 2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또다시 불거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발단이 됐던 지난 2009년 국세청의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논란이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사망을 낳게 한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를 입증하는 동영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영상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당 땅 문건 등으로 파문을 일으켜 왔던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검찰 진술 내용이다. 안 전 국장은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으로부터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언급을 받았고, 청와대의 인사청탁 로비 의혹 등을 폭로했었다.
이날 국감 첫 질의에 나선 안 의원이 동영상을 공개하려고 하자, 새누리당 등 여당의원들이 반발했다. 특히 기재위 강길부 위원장은 "안 전 국장의 증인 채택과 관련해 여야 간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영상을 틀어선 안 된다"고 막았다. 그러자 이번엔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며, 국감은 파행을 빚었다.
결국 안 의원은 이현동 청장을 상대로 질의를 진행하면서, 동영상을 공개했다. 3분짜리 분량의 동영상에는 한 전 청장이 검찰 관계자와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한 전 청장은 안원구 당시 서울청 세원분석국장을 베트남 국세청장 방한 때 배석시켰고,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진술에서 한 전 청장은 "안 전 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을 잘 안다고 해서 (세무조사에) 투입하려 했지만, 베트남 국세청장이 (안 전 국장의) 얼굴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안 전 국장을 태광 세무조사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국세청은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탈루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베트남 국세청의 도움이 필요했었다"면서 "안 전 국장이 베트남 국세청장을 안다고 하자, 한 전 청장이 이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현동 국세청장을 상대로 "서울청 세원관리국장(당시 안 전 국장의 직책)이 세무조사에 참여한 사례가 있었느냐"고 따졌다. 또 "이번 동영상에서 한 전 청장의 발언은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을 노린 정치적 조사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원관리국장을 은밀히 불러서 세무조사에 투입하는 것이 (세무조사의) 원칙과 절차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당시 조사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현동 청장은 "태광실업에 관한 교차 세무조사는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면서 "세원관리국장도 내용에 따라 일정부분 (세무조사에) 관여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본청 조사국장은 개별 세무조사의 진행단계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한다"면서 "당시엔 (조사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이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주도했느냐"고 묻자, 이 청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이 질의가 이어지는 과정에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고 강길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자 야당 쪽에서 거세게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원의 질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도중에 무슨 의사진행발언이냐"며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안 의원에 이어 질문에 나선 박원석 의원(무소속)도 안 전 국장의 사퇴를 둘러싼 국세청 간부들의 탈법적 행태를 고발했다. 박 의원은 당시 안 전 국장을 감찰했던 국세청 본청 감찰팀 간부의 검찰 진술 조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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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파문... 한상률 "안원구, 태광세무조사 투입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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