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법륜스님에게 질문하는 남성. 앞에 나오는 여성의 남자친구다.
이준길
이번엔 남자친구가 물었다. 문답이 정말 재미있었다.
"앞에 질문한 친구가 제 여자 친구입니다. 9년 동안 사랑해왔고 지난주 금요일에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그런데 차였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히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요. 여자 친구 말이 제가 성의가 없데요. 그래서 차였는데, 저는 여자 친구가 정식 교원이든 계약직 교원이든 무직이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벌면 되니까요.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프러포즈 했는데 차였다고 하자 청중들이 크게 웃었다. 법륜스님은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직설적으로 바로 답했다.
"9년이나 사귀었는데 프러포즈가 실패했어요? 제가 봐도 성의가 없네요. 9년간 뜸들이면 재미가 없죠. 미리 얘기했어야죠. 이미 다 식어버렸어요. 차 간 뒤에 손들기예요." 9년간 왜 뜸들였냐며 남자친구를 꾸짖었다. 그러면서 명쾌한 해법을 일러준다.
"오늘부터 새로 사귄다고 생각하세요. 차인 날로부터 한 달쯤 새로 정성을 기울여서 한 달 안에 빨리 얘기를 해야 돼요. (청중 웃음) 과거 9년은 없었다고 치고 새로 시작을 해야 돼요. 9년간이나 뜸들이니까 기회를 다 놓쳤지요. 남자가 왜 그래요? 9년 동안 무슨 잔머리를 굴렸어요? 더 좋은 여자가 있을까 싶어서 눈알을 굴리다가 이것저것 다 놓치고 '에이 너라도 잡자' 이렇게 얘기하니까 기분 나쁘지요.(청중 웃음)" 더 좋은 여자가 있을까 싶어서 잔머리르 굴렸다는 말에 질문한 남자가 순간 당황했다. 얼굴이 붉어지며 수습을 하려는 듯했다. 스님에게 딱 들킨 것이다.
"아니... 그건 아닙니다. 졸업하고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 시간이 걸렸습니다." 변명이라고 진단한 듯 말을 자르고 곧바로 다시 해법을 강조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사는 데 집이 뭐가 필요해요? 같이 직장 구하고 셋방 구해서 같이 살면 되지요. 내가 너를 먹여살려줄 수 있다 이런 얘기하는 건 좀 속되다. 요새 여자들은 그런 남자 별로 안 좋아해요. (청중 웃음) 남자가 직장 없으면 나라도 먹여 살릴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로 감동을 안 해요. 요새 여자들은 어떤 남자를 좋아하느냐?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든 너 하고는 평생 같이 살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해야지요. 나는 준비되어있다고 으시되는 거예요? 9년은 딱 접어두고 새로 얘기하세요. '니가 무직이라도 좋다' 이런 얘기는 하지 말고요. 그건 상대편 자존심이 긁는 얘기예요. 그냥 '난 너가 좋다' 이렇게만 말해야지요." 그러면서 마이크를 옆으로 한번 줘보라며 여자 친구에게 다시 스님이 물었다.
"요즘 사범대 나와서 임용고시 붙기가 어렵죠? 자기가 만약 그 자리를 차지하면 딴 사람이 직장 구하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그런 자리에 취직 안 해도 된다고 하잖아요. 집에서 살림 살다가 임시직 있으면 가면 되는데, 꼭 그렇게 남의 직장을 뺏어야 되겠어요?" 청중들이 큰 박수를 보낸다. 질문한 여자 친구의 마음의 짐이 한결 덜어진 것 같았다. 서로 사랑하지만 각자가 세워 놓은 서로의 기대치에 충족시켜주려 하다보니 서로가 불편해진 그런 문제였다. 법륜스님은 그런 두 연인의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그리고 두 연인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줄 핵 펀치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