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유성호
-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도 비슷하지 않았나요?"저도 그게 가장 걱정되죠. 노 전 대통령과 상황이 똑같아요. 그때도 당정관계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고 SK 분식회계 사건과 카드 사태 터지면서 모피아(경제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는 "이 전 부총리가 낸 책을 다 읽어봤지만 자신의 정책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전형적인 관료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반성 없는 모피아들에게 포위되는 순간 경험 없는 안철수 후보라면 그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말하는 '함정'은 말 그대로 '함정'이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과 경제관료들이 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로 인해 당초 후보 시절 공언했던 개혁 프로그램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게 마련이다. 김 교수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만약 이들 김종인-이정우-장하성 경제참모들에게 지금 가장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잠시 생각하다)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국민들에게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다, 금산분리 강화다' 등 이런 이념적 이슈로는 더이상 관심을 받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이런 이슈들은 빼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었죠. 지금 각 후보진영에게 정말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죠."
- 좀더 서민과 대중들이 체감할수있는 개혁정책을 보자는 것이군요."당장 재벌총수들에 대한 배임횡령만 놓고 보더라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과 법안을 내놓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현실문제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얼추 시계를 보니 1시간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그 사이 전화벨도 여러 번 울렸다. 이야기를 듣다가 원론적인 이야기를 물었다. '왜 지금 경제민주화인가'라고. 그의 말이다.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이슈가 된게 아마 이번이 처음일 거예요. 그동안 경제라면 오로지 성장 일변도였지.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경제민주화의) 일등 공신이에요.(웃음)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래요. 아마 이 대통령 스스로도 무지 당황스러울 거예요. 자신이 공약한 747(7% 성장, 1인당국민소득 4만불, 세계7위 경제대국)이 첫해부터 무너졌으니..."- 박근혜 후보가 지난번에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바로세움) 공약에서 이번에는 변신을 크게 꽤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사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한 것이 747공약이 아니라 '줄푸세' 정책에 따라 움직였어요. 이념적으로 보면 신(新)보수주의죠. 지난 5년의 결과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죠. 박근혜 후보도 이제 과거 자신의 '줄푸세' 정책을 포기했다고 천명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야권 후보 단일화는 어떻게 보세요?"(농담섞인 말투로) 단일화 안되면 누군가는 맞아 죽겠죠. 근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거예요. 양쪽 캠프에선 10월 말까지 한쪽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그 다음엔 한쪽이 양보하는 상황을 바라겠죠. 하지만 그게 잘 될 것 같지가 않아요. 워낙 당의 기반이 있는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고, 안 후보는 변동이 있겠지만 글쎄요. 마지막까지 가지 않을까요."
인터뷰 마지막의 뻔한 질문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그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했다. 이미 경제민주화든, 양극화든 나름의 해법이 다 나와있다고 했다. 정책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 과제 가운데 오히려 재벌개혁이 가장 쉽다"고도 했다.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좀더 긴 안목의 경제구조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다시 김 교수의 말이다.
"국민들이 좋은 리더를 뽑는 것보다 스스로 좋은 팔로어(follower)가 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경제민주화는 5년 단임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동안 대선에서 5년내 다 해결하겠다고 한 후보들만 있었고, 유권자들은 그걸 보고 찍었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실패한 대통령만 만들어왔을 뿐이죠. 우리가 먼저 인내심을 갖고 사람을 뽑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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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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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김종인, 발목잡힌 이정우, 기반취약 장하성 경험 없는 안철수, 모피아에 포위되면 벗어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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