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에 설치된 그림. 작가 이름을 모르겠다
이규봉
다시 까사에 도착하니 우리 방에 이미 새 사람이 투숙했다. 정 선생을 만나 한국 학생이 구입한 휴대전화를 빌렸다. 우리가 직접 구입하려 했지만 외국인이 직접 구입하려면 가격이 두 배나 된다고 한다.
마누라들은 남편이 돈 벌어 오면 좋아한다연말임에도 예약을 서두르지 못해 우리는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까지 가는 버스 비아줄(Viazul)을 예약하지 못했다. 기차도 있었으나 그 누구도 기차를 추천하는 사람은 없었다. 쿠바의 정 선생 도움으로 승합차를 대절할 수 있었다. 1960년대 폭스바겐 밴에 조립한 자전거 4대를 싣고 전 선생과 나 그리고 고 원장 부부 네 명은 밤 8시에 산티아고 데 쿠바를 향해 출발했다.
택시 기사 맥시무스는 430세우세를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아내와 나누려 했는지 같이 왔다. 그는 비교적 영어를 잘 구사하였고 유머감각도 있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올 때를 생각해서 도로 환경이 어떤지 살피려 했으나 어둠 때문에 잘 보질 못했다. 낮에 일하고 또 밤에 일을 하니 맥시무스는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한 잠 안자고 우리를 위해 쿠바의 동쪽 끝에 있는 쿠바 혁명의 해방구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 달렸다. 공식적으로 861km의 거리이다.
그는 가는 도중 한 서너 번 정도 쉬었나 보다. 네 시간에 한 번 정도. 총 14시간 걸려 다음 날 아침 10시 좀 넘어 산티아고 데 쿠바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인근에 있는 까사를 구해 짐을 풀었다. 기름 값으로 한 200세우세 정도 지불한 것으로 생각해 볼 때 맥시무스는 한 밤 운전으로 쿠바 근로자 10개월 분 임금은 벌었을 것이다. 우리가 돈을 지불할 때 그 부인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저 마누라들은 남편이 돈 벌어 오면 이렇게 좋아한다니까!
여기서 기름 값 에피소드, 쿠바는 뭐든지 다 빼돌린다고 한다. 디젤의 경우 주유소에서 미터기에 보이는 대로 값을 지불하기도 하지만 그 외 암시장에서 구하기도 한다. 쿠바 정부가 정부트럭에 대한 기름값을 운전사에게 지불하면, 트럭 운전사는 사용 후 남는 기름을 모두 주유소에다 판다. 주유소는 웃돈을 얹어 일반 운전사들에게 다시 기름을 판다. 현재 디젤 가격이 리터당 1.2세우세이나 암시장 기름은 아바나 시내는 0.6세우세 시골은 그 보다 조금 더 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