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평주공아파트 1단지 전경
심규상
한 독거노인이 영구임대 아파트 관리 사무소 측의 무성의한 업무처리로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있다. 1년 8개월을 기다려 얻은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격이 취소된 사실을 5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알게 된 때문이다.
정모(86, 여)씨는 대전 서구 괴정동에서 홀로 생활해오고 있다. 정씨의 외아들은 몇 해 전 지병으로 갑자기 숨졌다. 남편의 묘지 옆에 아들을 묻은 정씨는 허름한 집을 세를 얻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어지는 생계지원비로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과 추위다. 특히 겨울이면 모든 창문을 비닐로 두 겹 세 겹으로 둘러막았지만 낡은 집은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동여맨 비닐로 환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소식 없어 전화하자 "계약하지 않아 자격 취소됐다"지난해 2월, 사정을 안 인근 동사무소에서 독거노인을 위한 저렴한 영구임대아파트를 안내했고, 동사무소를 통해 월평주공아파트(대전시 서구 월평동) 1단지 8평형 입주를 신청했다. 영구임대아파트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임대기간이 길고 비용이 저렴하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에 사회복지관 등 여러 복지시설들이 갖춰져 있어 독거노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입주를 하려면 신청을 한 후 통상 최소 1년 6개월에서 2년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정씨는 이 달 초경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언제쯤 입주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아파트 입주를 신청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는데다 겨울이 가까워 오자 조바심이 난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관리사무소 측은 지난 5월 입주계약을 하지 않아 자격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아파트관리사무소 측은 지난 5월 20일경 등기우편을 통해 정씨에게 '입주할 동과 호수가 정해졌으니 계약을 체결하라'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눈이 어두운 정씨는 우체국 집배원으로부터 아파트에서 온 우편물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나 분양홍보물로 치부하고 뜯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측은 정씨가 계약기간 내에 입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자 지난 6월 1일자로 입주 자격을 취소시켰다. 정씨가 이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다시 입주신청을 한 후 2년 정도를 또 다시 기다려야 한다.
관리사무소 "등기우편 보냈다", 독거노인 "전화 한통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