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문학관은 대표작인 <지리산>의 한 장면을 모형으로 만든 디오라마와 작가가 원고를 집필하고 있는 모습의 디오라마, 그리고 영상 자료들이 함께 있어 더욱 생생하고 입체적인 관람을 할 수 있다.
김종길
이외에도 강당과 창작실에서 여러 문학 관련 행사가 펼쳐지고, 넓은 마당에는 연못과 정자, 놀이터,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어서 자연과 함께 즐기는 다채로운 문학체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행자가 찾은 지난 1일에는 전통염색 연구가 화소 이봉석씨가 전통염색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소설 <지리산>으로 잘 알려진 나림 이병주 선생(1921~1992)은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여 일본 메이지대학 전문부 문예과를 졸업했다. 1944년 와세다 대학 불문과 재학 중 학병으로 동원되었다.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지냈고, <국제시보>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활발한 언론 활동을 했다. 1961년 5·16 필화사건으로 복역하다 2년 7개월 후에 출감했다.
1965년 마흔 네 살의 나이에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선생은 타계할 때까지 27년 동안 80여 권의 작품을 남기는 초인적인 작가로서의 역량을 보였다. 1977년 장편 <낙엽>과 중편 <망명의 늪>으로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을, 1984년 장편 <비창>으로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역사의 흐름과 긴밀하게 조우하며 산출되었는데 특히 도쿄 유학이나 학병 및 분단 등 민족적 현실에 대한 체험을 성공적으로 작품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양한 역사 체험과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두루 걸친 그의 해박함이 낳은 <관부연락선> <지리산> 등의 소설은 분명 한국 현대문학사의 중요한 성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유태림이 자기 나름대로 옳게, 착하게, 바르게, 보람 있게 살려고 했던 것을 의심하지 않는 나는 한국의 지식인이 그 당시 그렇게 살려고 애썼을 경우 월등하게 운이 좋은 환경에 있지 않는 한 거개 유태림과 같은 운명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태림의 짧은 생애는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 <관부연락선>"아무튼 불행한 나라야. 민족의 수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허망한 정열에 불타서 죽고, 죽어가고 있고, 계속 죽어야 하니까 말이다. 아아, 허망한 정열!" - <지리산>박물관 옆 그의 문학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산골 다랑논에는 코스모스가 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