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을 묻는 당신에게> 갈무리 화면
요앤조이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했던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의 주인공인 폴은 딱부리라는 요요를 사용해서 악당들을 무찔렀습니다. 그래서 당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요요가 무척 유행했는데요. 그냥 모래(?)가 차 있는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공을 고무줄에 달아놓은 '짝퉁' 요요도 있었지만 정말 충격적인 것은 진짜 요요였습니다. 우리 반의 어떤 아이가 진짜 요요를 가져왔는데 이 신기한 물건은 손에 쥐고 힘껏 내던지면 손가락에 걸린 줄에 매달려 허공에서 빠른 속도로 회전합니다. 희한하게도 줄에 매달려 공중에서 회전을 하고 있지만 줄이 감기거나 풀려서 위나 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요. 그러다가 줄이 연결된 손가락을 살짝 들어 올리면 요요가 줄을 감으며 올라옵니다. 신기한 마음에 친구 요요를 빌려 따라 해봤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상에 나오는 청년들은 마치 <용쟁호투>에서 이소룡이 쌍절곤을 돌리듯 요요를 어깨 너머로 겨드랑이 사이로 돌려가며 기기묘묘한 기술들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요요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 행복하고 고양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길 가던 사람을 세워서 30초, 1분, 5분만 보여 주더라도 어떤 마음에 조그만 감동, 그런 거라도 줄 수 있는 것이 이것(요요)의 장점인데. 무아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느낌이 너무 좋은 거야.""내가 좋아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신나면 그 공연이 더 잘 돼.""언제 그런 느낌을 느껴보겠으며 몇 명이나 그런 느낌을 느끼면서 살까."
그들이 요요를 돌리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대화 내용을 영상으로 보다가 불현듯 사람의 삶에는 '두 가지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폐와 교환되는 시간, 그리고 화폐와 교환되지 않는 시간, 이렇게 두 가지 시간 말이죠. 요요 거리공연팀 요앤조이(yo&joy)를 결성한 곽동건·문현웅·이대열·이동훈, 이 네 청년이 요요를 하는 시간은, 그들의 대화 내용으로 짐작건대 대부분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시간임에 분명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시간은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시간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요요를 좋아하는 이 청년들을 포함해, 자신만의 꿈을 가진 21세기 대한민국 청년 상당수는 그런 이유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거 해서 얼마 버는데?'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그 시간이 얼마만큼의 화폐와 교환되는지를 묻는 것이죠. 사실 남들이 따라 하기 힘든 그 어려운 요요 기술을 연마한 시간, 그리고 거리에서 공연하면서 관객들과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들을 나눴던 시간은 화폐로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요요의 달인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이내 주눅이 들곤 합니다. 자신들이 요요를 하는 행복한 시간이 화폐로 잘 바뀌지 않는다는 단 한 가지 사실 때문에 말이죠.
결국 이 요요 청년들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세상 사람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마음 한 편에 묻어두고 취직해 직장을 다니며 자신의 시간을 화폐와 바꿉니다.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내 시간을 화폐로 바꿔서 옷도 사야 하고 세탁기나 냉장고도 장만해야 하고, 집도 구해야죠.
확실한 한 가지... "절대 굶어 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