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왼쪽에 앉은 사람이 박정근(가명. 60)씨, 가운데 앉은 사람이 이용호(가명. 65) 씨
김다솜
이용호씨는 "요즘 젊은 애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정치를 오래한 '정치 9단'도 아닌 사람이 대통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안철수 후보는 기회를 엿보다가 나온 것만 같아 괘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부친 안영모 원장에 대해서는 모두 좋게 평가했다. 이씨의 장인 역시 안영모 원장에게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안영모 원장의 인품에 대해서는 이 동네 사람이면 대부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가 안영모 원장의 아들이고, 같은 동네 출신이라고 해서 뽑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부산 출신 대통령 뽑는다고 부산에 덕이 되나? 노무혀이를 봐라. 부산이랑 경남 표 등에 업고 갔는데 어떻게 됐노. 김대중이도 그렇다이가. 뽑아 놨드만 IMF 이후에 사람들 얼마나 많이 자살했노. 정상 회담 했다고 노벨평화상 받은 기 우리한테 도움이 되나."하지만 김진옥(52)씨의 생각은 달랐다. 김씨는 "안철수는 IT분야에서 성공하고 똑똑한 양반이니 정치도 금방 금방 배울 것"이라며 "안철수가 하면 왠지 다 잘해낼 것 같고 경제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내게는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범천동이 있는 부산진구을은 부산에서도 대표적인 보수지역이다. 지금의 선거구가 제정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김영삼의 신민당'을 제외하고 모두 보수정당이 승리했다. 지난 4.11총선에서는 김정길 민주당 후보가 처음 선거에 나온 이헌승 새누리당 후보에게 약 10%p 차이라 패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범천의원이 있는 동네에서도 '안철수 지지'는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부산 출신이다. 다른 부산 시민들은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번엔 발길을 부산 서면으로 옮겼다.
서면 1번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현일진(52)씨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 현씨는 "문재인 후보가 대선을 위해 사상구 국회의원직을 이용했다는 건 큰 잘못"이라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지역 발전보다는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의심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안철수 후보 역시 "부산 출신 타이틀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부산에서 태어났을 뿐이지 정치적 고향은 부산이 아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산의 2030세대, 새누리당에 등 돌리나 부산 구포시장은 장날을 맞아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했다. 여기저기서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구포시장에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시장 길목에서 이영애(53)씨를 만났다. 그는 10년째 구포시장에서 식당을 운영 중이다.
이씨는 "요즘 들어 식당 손님들이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TV에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나오면 홧김에 술을 더 시키는 손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반응에 그는 "아무래도 박정희 때는 먹고 살만 했으니까, 딸인 박근혜도 잘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가 집으로 돌아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씨의 딸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 딸은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씨에게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길게 이야기한다.
이씨는 "원래 관심이 없었지만 이젠 정치를 모르면 장사도 못 하겠더라"며 "이번 대선에는 꼭 딸 손을 잡고 투표하러 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