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공개된 디아블로3는 국내에서도많은 유저가 전야제에 참석하며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블리자드코리아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대형 게임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지난 5월 15일 자사의 대표적인 시리즈 게임인 '디아블로'의 최신작 '디아블로3'를 발매했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3는 전세계적으로 1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대대적인 흥행에 성공합니다. 국내에서도 정식 판매 하루 전 개최된 전야제 행사에 무려 5000명 이상의 유저들이 군집하며 9시 뉴스를 장식할 정도로 화제를 낳은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편의 게임이 큰 흥행을 거두게 되면 PC방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국내 유저들의 상당수가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게임이 출시되면 당연히 PC방 매출도 올라가기 때문이죠. 그런데 디아블로3의 엄청난 흥행에도 불구하고 PC방 업주들은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사건의 시작은 '오과금'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PC방은 특정 게임을 고객들에게 자유롭게 제공하는 대신 시간당 일정금액을 게임사에 지불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PC방에서 A라는 게임을 한 달 동안 100시간 사용했다면 미리 정해진 시간당 사용료를 계산해 게임사에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디아블로3의 경우 서비스 초기에 40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집중되며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말 그대로 제대로 게임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2주일 이상 지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는 접속 오류로 게임이 플레이되지 못한 시간까지 계산해 PC방에 요금을 부과했습니다. 정상적인 과금이 아닌 오과금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당연히 PC방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방문화협회(이하 인문협)'를 통해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이들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인문협이 블리자드의 한국지사인 블리자드코리아에 수차례 공식면담을 요구하고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아무런 대답도 받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PC방 업주들의 1인시위까지 이어졌지만 블리자드의 침묵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두 당사자가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기본적인 자리마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실제로 관련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블리자드코리아'를 방문했던 지난 7월에도 그들의 입장은 여전했습니다. 오과금 문제와 관련, 어떤 답변도 밝힐 수 없으며 PC방 업주들의 주장에 대해서 공식적인 대응을 할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블리자드의 외면에 지친 PC방 업주들이 인문협을 통해 지난 8월 31일 블리자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게 되면서 결국 이 문제는 법원의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PC방 업주들이 소송까지 하고 나섰지만, 블리자드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디아블로3 오과금 소송과 관련하여, 블리자드는 지난 7월에 답변했던 '오과금 피해를 입은 업주들에게 개별 보상을 완료했지만 구체적인 보상 내역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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