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는 거지가 될 것인가, 집 없는 거지가 될 것인가

서민들을 두 번 울리는 9·10부동산대책

등록 2012.10.08 10:11수정 2012.10.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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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30·40대)의 자기 집 보유 비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통계로 보면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에서만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고, 반대로 절반 가까이 되는 젊은 세대는 여전히 '집 없는 설움'의 나날을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주거불안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걷어내었을까? 그렇지 않다. 자기 집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안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적지 않은 세대가 빚을 떠안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를 잘 만난 행운아들이 아닌 이상 자기가 가진 힘으로 빚 없이 집을 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얘기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은 날로 비대해져만 왔고, 그 거품의 호재와 영광을 지속적으로 누릴 것으로 여겼던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해서 집을 구하기에 혈안이었다. 문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그동안 끝을 모르고 치솟았던 거품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는 점. 더 이상 부동산 투기로 중산층에 등극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깡통주택'이나 '깡통전세'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우리 부동산의 미래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던 사람들은 이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였고, 한편에서는 '그나마 집이 없는 거지들보단 집이 있는 거지가 낫지 않냐'는 식으로 자조하기도 한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휴머니즘적인 광고문구와는 다르게 우리의 현실은 훨씬 더 왜소해져만 가고 있다. 그러던 중 논란 끝에 발표된 '9·10부동산대책'. 과연 이 정책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도와줄 수 있는 기촉제가 되어줄 것인가?

취득세 감면의 혜택을 보는 기간은 고작 두어 달. 애초 이 정책을 시행하려던 정부의 취지가 과연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가장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월세 또는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매매에 직접 나설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자금의 유동성이 확보되어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두 달 안에 보증금을 빼내거나 담보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남아 있는 계약기간을 파기하는 위험부담과 서둘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함께 가져야 할 뿐더러 감면을 받자고 형편에 어긋날 만큼의 빚을 지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선 '눈앞에 떡밥 먹겠다고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물고기의 신세'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감면을 통해 정말로 혜택을 받을 사람은 누구일까? 정책의 통과시기를 이미(?) 알고 준비했던 사람들이거나 자금력을 지닌 일부 부유층이 아닐까. 일부 자금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조차 두 달이라는 한시적인 감면은 그렇게 매력 있는 제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반짝 거래가 늘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수혜자는 따로 있는 것이 보다 확실해진다. 그리고 반짝 감면이 끝난 이후 다시 얼어붙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임기를 끝낸 이 정부는 다음 정부에게 떠넘기고 책임회피라는 가장 간단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결국 이번 정책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이고 '눈 가리고 아웅 하기'이다.

어느 정도의 세금 혜택을 받겠다고 '시세 차익'을 노리면서 집을 구입할 담력을 지닌 사람을 얼마나 될 것이며, 집 없는 설움을 벗어나고자 무모하게 떡밥을 물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또한 떡밥을 물고자 하나 그걸 물 능력조차 안 되는 사람들은 또 어떤 대책과 정책을 기다리며 힘든 나날들을 이어가야만 할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과 그나마도 전세가 사라져가고 월세만 늘어가는 막막한 현실. 그 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서민들을 마치 약을 올리듯 발표된 이번 9·10부동산대책은 현 정부의 무능함과 속셈을 가장 그들답게 보여주는 결정이 아니었을까. 거품 같은 미래를 제시하며 엄청난 '하우스 푸어'를 만들어냈던 과거의 과오는 여전히 훨씬 더 교묘하게 진행 중인 듯하다.
#9.10부동산대책 #부동산 정책 #취득세 감면 #하우스 푸어 #내 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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