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척고분군. 무덤 위에 자란 거목 고목이 세월과 권력의 무상함을 잘 말해준다.
정만진
전설에 따르면, 신라왕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금자[金尺]를 주었다. 왕이 꿈에서 깨어나 보니 손에 그것이 쥐어져 있었다. 왕은 꿈에 신인이 가르쳐준 대로 죽은 사람을 금자로 재어보았는데 다시 살아났고, 병든 사람을 재면 병이 나았다. 소중하게 간직하여 나라의 보물로 자자손손 물려오던 중, 당나라 황제가 사신을 보내어 이 신기한 금자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왕은 거절하기 위해 38기의 무덤을 만들어 금자를 감추었다. 그 후 이 금척 고분(金尺古墳)의 이름을 따서 마을을 '금척'이라 부르게 되었다.
금척이 묻힌 위치는 매장 당사자인 왕이 급사한 이래 비밀이 되었다. 38기의 고분 중 어느 무덤에 숨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도굴을 시도한 일제도 당연히 그것을 손에 넣지 못했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가난한 사람을 단숨에 부자로 만들어주는 신이한 금자가 외적 도굴범의 손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여행자는 옛길과 상징을 중시하며 걸어야금척 고분군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건천IC에서 내리지 않고 경주IC에서 내리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답사여행자는 일반지도의 도로를 따라다녀서는 안 된다. 상징과 옛길을 중시해야 한다.
신라인들은 건천을 지나 영천, 그리고 달구벌로 다녔다. 그 길을 걷는 것이 답사여행이다. 죽은 사람을 살려내고 가난한 이를 부자로 만들어낸다는 금자가 묻혀 있다는 금척고분군! '金'과도 같이 오랜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경주 답사여행의 첫 관문이다. 경주에 가면, 꼭 금척고분군부터 먼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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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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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가운데를 뭉개고 신작로를... 누구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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