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치소 알몸 검신 관련 인권위 진정에 대한 결과 통지서 사진
지선
구금시설 및 교정 시설에서 알몸 검신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2008년 3월28일 법무부는 수용자에 대한 인권보호 차원에서 교도소 및 구치소 등 교정 시설에서 지금까지 실시해오던 알몸 신체검사를 2008년 4월1일부터 완전히 폐지한다며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이전까지 교정기관에서는 법무부 '계호근무준칙' 70조 "겨드랑이, 입속, 항문 등 부정물품을 은닉할 가능성이 있는 신체부위를 세밀하게 검사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 항문 등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담배 등의 부정물품을 은닉하여 교정시설에 반입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칸막이 등을 설치하여 알몸 상태로 신체검사를 해왔다.
그러나 알몸 신체검사가 성적수치심을 유발하고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인권위원회의 지적과 언론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자에 대한 알몸 신체검사를 폐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 이후로 수감자는 속옷을 입고 가운을 착용한 상태에서 신체 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것은 이번 국가인권위의 기각 결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9월 26일 진정 사건 처리결과 통지문에서 대구구치소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간이 신체검사 공간에서 속옷을 탈의케하고 신체검사를 실시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진정인에게 수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한 바,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충분히 납득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반전은 그 다음 결정에 있었다.
국가인권위는 대구구치소가 2012년 9월 17일 가족만남의 행사부터 기존의 강당이 아닌 교육실에서, 180cm의 새로운 칸막이로, 한 번에 2명의 수용자만 검사를 하며, 타 수용자들은 검사장 밖에서 대기토록 하는 등 피검사 수용자의 신체가 노출되지 않도록 시설 및 운영에 대한 개선조치를 실시한 바,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기각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칸막이로 인원은 줄인 채 '알몸 신체검사는 그대로 실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행하겠다'는 대구구치소의 결정을 국가인권위가 나서서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확인 도장을 찍어준 셈이다. 동시에 이는 2008년 법무부의 알몸 검신 폐지를 이끌어냈던, 과잉신체검사로 인한 인권 침해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지난 권고를 뒤집은 것이나 다름없다.
2008년 당시 피진정인이 검사의 절차와 목적에 대한 설명 고지 및 신체검사의 착용 등의 신체 검사 절차를 무시한 채 진정인이 알몸으로 신체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하여 권고를 내렸는데, 어째서 2012년에는 알몸 신체검사가 인권 침해가 아니게 되었는지. 검신을 반드시 해야 한다면, 굳이 알몸 신체검사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속옷과 가운을 입고 전자영상기기를 이용할 수도 있고, 다른 수감자와 교도관이 보이지 않게 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수감자가 입었던 옷 등을 모두 벗어 교도관에게 주면 교도관이 검사하는 방법 등 검사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해당 기관이 인권 침해를 하지 않겠다는 노력과 의지에 있는데, 국가인권위와 대구구치소는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이 인권 침해임을 알면서도 인권 침해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아주 쉽게 눈 감아 버린다. 당사자들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든 말든 개의치 않고 말이다.
5월 14일, 잊지 못할 악몽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처리 결과에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던 내 친구는 쓰라린 마음으로 감옥 안에서 펜을 들기로 결심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감옥 밖으로 알리고 싶다며. 참담하고 잔인한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분노하여 출소하면 인권위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고민을 덧붙이며.
글재주에 자신이 없고 친구 덕분에 알게 된 감옥 인권에는 더더욱 문외한인 나보다는 당사자인 친구가 글을 쓰는 편이 나을 거라며 나도 생각 없이 찬성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그를 면회실에서 만났다.
"글은 잘 돼가? ""잘 못 쓰겠어. 쓰려고 하면 그 때 기억이 떠올라서. 도저히. 네가 좀 써줄래?"펜을 들면 5월 14일, 악몽이 떠오르는 것이다. 가족과 만났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수감된 수감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범죄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타인들의 시선 앞에 자신의 알몸을 내보여야만 했던 그 날 그 시간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