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청사 앞에 선 선창규씨.
구영식
전남 순천출신인 선씨는 20살 때부터 축산물 유통분야에서 일해왔다. 한양유통과 갤러리아백화점을 거쳐 지난 2000년부터는 프랑스 유통업체인 한국까르푸로 자리를 옮겨 상품개발과장과 구매부장을 지냈다. 한국까르푸가 이랜드 홈에버로 바뀐 뒤에는 직수입팀장으로 일하다 지난 2007년 3월 퇴사했다.
이후 선씨는 28년간 쌓은 축산물 유통 경력을 살려 '축산물 유통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주로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를 연결해주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축산물 유통분야에서 한우물을 파온 경력 때문인지 성과도 좋았다.
그런데 지난 2009년 2월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석우)는 서울 강남 개포동 아파트 앞에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광우병 쇠고기 정국'의 후폭풍이 여전한 때였다. 검찰은 그의 동생과 처남이 운영하는 업체까지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그는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동생과 처남의 업체까지 압수수색했다"고 압수수색의 불법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검찰의 한 수사관은 선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다가 성모 마리아상을 발견하고는 이렇게 비아냥댔다.
"광우병 쇠고기 팔아먹은 사람이 천주교를 다니네."수사 초기 검찰은 한국까르푸에 근무하던 선씨가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의 함유 가능성이 있어 폐기명령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켰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따라 '광우병 의심 LA갈비 시간차 판매', '유통기한 지난 미국산 쇠고기, 호주산으로 둔갑'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검찰발 기사들이 쏟아졌다.
검찰은 총 3차례에 걸쳐 선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1차 기소(2009년 2월)에서는 '호주산으로 둔갑시켰다'는 내용이 빠졌고, 3차 기소(2009년 8월)에서는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탈세혐의'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그는 2009년 2월부터 9월까지 '미결구금'(판결선고 전 구금) 상태에 있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이상억 검사(현 서울남부지검 공판부장)는 "선창규는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를 유통기한이 1년 반이나 지난 다음에 부하직원을 시켜 원산지를 호주산으로 바꾼 뒤 까르푸 전 매장에 판매한 파렴치한 사람"이라며 선씨의 구속영장 발부를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미국산 쇠고기 유통과 관련한 선씨의 혐의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12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지난 2월 1심 선고공판에서 "선씨가 판매한 미국산 LA갈비에 광우병 우려 물질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유통기한을 넘겨서 판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애초 검찰은 1)광우병 위험물질(SRM) 함유 우려 2)유통기한 경과 3)호주산 둔갑 등을 선씨의 주요한 범죄 혐의로 제시했다. 하지만 3)은 검찰이 스스로 공소장에서 뺐고, 1)과 2)는 무죄판결이 났다. 1심 판결로만 본다면 그는 치명적인 누명을 벗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