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원고
전용호
정채봉 작가는 1946년 순천 해룡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서 <오세암>을 비롯한 소설, 에세이집 등 감성적인 작품을 많이 남기고 2001년 1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전시관에는 생전에 쓰시던 안경과 돋보기며, 탁상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원고와 꼼꼼히 정리한 수첩은 작가의 성품이 그대로 배어있는 것 같다.
군대 간 아들에게 쓴 엽서, 법정스님과 주고받은 편지, 이해인 수녀가 쓴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받은 선물도 있다. 대표작인 동화 <오세암>이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이 전시되었고, 작가의 생전 집필했던 방을 재현해 놓은 공간도 있다.
기념관 출구에는 정채봉 작가가 남긴 순천에 대한 인상을 적어 놓았다.
순천에 가신다고요?순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고요?바다가 아스라이 여인의 인조비단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순천만에 가보세요.순천만, 송광사와 선암사, 낙안읍성, 주암호... 순수한 동심이 있는 우리고장 순천만이 그대의 발길에 위안을 주리라 믿습니다.부디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아름다운 풍광 두르소서(눈을 감고 보는 길 中)불확실한 시대의 감성을 자극한 김승옥담장 밑에 있는 장독대가 정겹고, 꽃무릇, 봉숭화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채봉 기념관과 김승옥 기념관 사이는 낮은 초가에 비해 공간이 너무 넓어 휑한 느낌이다. 가운데 나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김승옥 기념관으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