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알려진 일부 성폭력 사건 중에서도 언론의 조명을 받는 성폭력은 나름의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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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범죄임에도 아직까지도 10% 미만의 신고율을 보이며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주위에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숨겨야 하는 수치로 바라본다. 법적으로는 강간 뿐 아니라 강제추행, 성희롱 역시 범죄로 신고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문이 규정되어 있지만 막상 피해자가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얘기할 경우 오히려 가장 먼저 듣는 반응은 '고소할 정도는 아니다'라거나 '비밀로 해라'라는 말이다.
사회가 성폭력을 사소하고 개인적인 범죄로 치부하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이겨내고 생존자가 고소를 결심할 경우 사람들은 피해자가 독하고 행실이 의심스럽다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각은 성폭력 범죄에서 2차 피해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다. 2004년 밀양지역 집단 강간 사건에서 수사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밀양의 물을 다 흐려놓았다"라고 폭언을 한 경우나 2011년 고려대학교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의 어머니가 피해자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을 포함한 설문조사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었다고는 하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이 한국 사회 전체의 시각과 특별히 다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고소를 하고 싶어도 가해자 측뿐 아니라 수사재판기관 담당자에게서도 보이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 의심, 그리고 합의 종용 등의 부담감을 떨칠 수 없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의 행실을 비난하는 시각은 피해자가 노래방 도우미이거나 성매매 종사자일 경우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극명히 드러난다.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것과 성폭력 피해를 입는 것은 별개의 건인데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로 인해 피해자가 자살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작년 사건은 한국 사회의 참담한 현실을 알려준다. 당시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실을 묻는 심문에 충격을 받고 판사로부터 모욕감을 느꼈다며 자살했다.
피해자가 자살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던 다른 배경은, 충분히 저항하면 강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강간신화가 널리 퍼져있는 한국 사회에서 올바른 강간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죽을 만큼 저항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가해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느끼는 경우 강간만으로 최소한으로 피해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고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사회에서 여성의 강간을 살인보다 더 큰 피해로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할 경우 생존한 피해자의 피해는 의심받는다.
실제로 강간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강간 피해자는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정신이 이상해지고 충격을 받는다는데 당신은 왜 멀쩡한가?"라고 의심하는 판사가 있었다. 강간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평생을 평범하게 영위할 수 없으리라 믿는 주변인들 역시 존재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 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