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태풍 ‘카눈’이 몰고 온 강풍에 넘어진 안집 철재대문.
조종안
두 달 남짓 되었을까. 가옥과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혔던 제7호 태풍 '카눈'이 군산 앞바다를 통과하던 7월 19일 오전, 필자가 전세(2천만 원)로 사는 집 철재 대문도 강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처럼 힘없이 기울어진 문짝은 내 마음조차 나약하게 만들었다.
스물두 살에 시작한 셋집살이는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는 41년째 이어지고 있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이사를 아홉 번 다녔으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횟수다. 그럼에도 젊어서부터 '월세를 살아도 지금 사는 집이 내 집이다'는 말에 적극 공감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쓰러진 대문이 가족처럼 느껴지면서 불쌍하고 측은하게 보였다.
강풍에 낙과된 길가의 대추와 감들은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조금 후에는 불안감까지 밀려왔다. 얼마인지 모르는 대문 수리비용 때문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가족이 함께 사용하지만, 천재지변으로 파손됐을 때 보수비용은 주인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불안감은 온갖 잡념을 불러왔다. '대문 수리비용을 주인과 분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견적이 고액으로 나올수록 전세만기일(8월 18일)에 전세금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대문은 이틀 후 정상으로 복구되었고, 집주인에게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처음 계약할 때 집주인이 "집세 걱정은 하지 마시라!"라고 했지만 요즘 인심이 어디 그런가.
셋집살이 41년에서 30년 이상을 가게가 딸린 상가(商家)에서 살았다. 해서 한 번 이사비용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집주인이 잠시 보자고만 해도 가슴이 뛰고 신경이 곤두서는 버릇이 있다. 계약만기 전인데도 집세를 올려달라거나 어느 날 갑자기 불러 가게를 비워달라고 하는 주인을 여럿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쓰러진 대문 보수'에 대한 고민은 다행히 혼자만의 가슴앓이로 끝났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나가는 세월. 전세만기일이 도깨비 걸음처럼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서였다. 셋집을 전전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주인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주기적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는데,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전세금 올릴 기회 무시한 집주인, 다시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