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효자 노릇 톡톡히 한 우리집 에어컨.
정현순
한창 무더위에 에어컨을 틀었을 때였다. 실내 적정온도가 26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더워 에어컨을 틀어도 27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 두 대를 켜 실내온도를 빨리 내려가게 만들었다. 실내온도가 내려가면 에어컨 온도를 1도 높이곤 했다.
8월 중순 어느 날인가 밖에 온도가 드디어 35도를 넘어가는 날이 며칠간 계속되었다. 그런 날은 18시간 이상을 틀었던 것 같다. 밤에 잠이 들어 잠깐 더위를 잊을 때인 3~4시간만 에어컨이 쉰 것 같았다. 그래도 실내온도는 29도로 맞추었다. 그때도 선풍기를 함께 틀었다.
그동안 더위에 익숙해진 탓인지, 상대적으로 밖에 온도가 너무 높아서였는지, 29도로 맞추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날마다 그렇게 틀어대니 가끔은 실외기가 과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어 잠시 끄기도 했었다. 그 순간만큼은 에어컨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래 이런 날이 1년에 몇 번이나 있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전기료에 대한 걱정은 멈출 수가 없었다. 하여 아들과 남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 "만약 전기료가 30만~40만원선이 나올 경우 각자의 용돈에서 10만 원씩 내놓아야 해" 하고 말이다. 남편은 "그렇게 많이 안 나올 거야. 15만 원선? 많이 나오면 20만 원선? 그럴 거야" "그렇게만 나온다면이야 무슨 걱정을 하겠어. 그 정도 나오면 돈 안 걷는다" 했었다.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 않았으니 용돈 추렴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저녁 무렵 다른 집은 얼마씩 나왔을까 괜스레 궁금해졌다. 하여 1층 우편함으로 내려가 아직 관리비 내역서가 남아 있는 것을 꺼내어 봤다. 천차만별이었다. 1만 원 선부터 3만~4만 원 선, 그런가 하며 5만~6만 원 선. 10만 원이 넘는 집도 몇 집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는데 퇴근하는 젊은 남자도 다른 집 관리비 내역서를 꺼내어 본다. 그러면서 "다른 집은 얼마나 나왔나 궁금해서요" 한다. 나도 "그게 좀 궁금하네요" 했다.
"그 집은 얼마나 나왔어요?" "전기료 걱정에 에어컨을 조금 밖에 안 틀었어요. 우리 집은 6만 원이 넘네요. 아주머니댁은요?""우린 9만원이 조금 안 돼요." 우린 서로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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