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넘는 152석(비례대표 25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1당을 차지한 가운데, 4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친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당직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유성호
그렇다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밀리는 것은 지난 총선 결과와 많이 동떨어진 것일까? 그것도 역시 아니다. 총선 당시에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여 대승이라는 판정표를 받았지만,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당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을 합산하면 46.75%가 나오고, 새누리당이 얻은 득표율은 42.8%였다. 어디서 많이 본 지지율 아닌가? 그렇다. 대통령 선거 지지율 여론 조사에서 양자 대결 시에 박근혜 후보가 패배로 나오는 결과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작년 10.26재보궐 선거에서 이번 대선 3자 정립 구도 하의 여론조사 결과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흐름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바뀐 것이 있다면 각종 선거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자발없는 우리들의 마음뿐이다. 이쯤에서 새옹지마에 견줘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희극으로, 한번은 비극으로'라고 하는 맑스의 경구를 색다른 의미에서 되새김질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그럼 올해 대선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답을 이야기하자면 '아무도 모른다'이다. '점쟁이가 저 죽을 날 모른다'는 속담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자면, '선거 결과 맞히는 정치평론가 없고, 주식으로 돈 버는 애널리스트 없다'는 것쯤 되지 않을까 싶다. 의학 드라마에서 큰 수술을 앞 둔 의사가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자신하는 것을 봤는가? 사람의 목숨을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 자신을 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전문가가 취해야 할 바른 자세이다.
747공약과 경제민주화가 다르지 않은 이유 필자가 지난 1년간 벌어진 한국 정치의 롤러코스터를 설명하는 이유는 섣부른 예측이나 무책임한 승리의 희망가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 자신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역사에 대한 성찰을 주문하기 위해서이다.
성찰은 대선 후보들에게 당연히 필요한 덕목이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를 위해서는 그들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세력들도 후보 못지않게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제는 이 땅의 진보와 보수 세력 모두 정권을 잡아본 경험과 놓아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그 세력들의 실패가 예감되었던 것은 인수위 시절부터였다. 집권 준비를 위한 인수위가 마치 점령군 행세 하듯이 나서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앞섰던 것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던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수위원장이 '어륀지'를 외쳤고 대통령은 공교육만으로도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게 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이후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고 공교육의 영어 교육이 크게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듣지 못하였다.
5년 전에 국민을 열광시켰던 747 공약을 필두로 한 고도성장의 공약은 이제 간 곳이 없고, 그 빈자리에 '경제 민주화'라는 화두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데올로기상으로는 정반대의 공약이지만, 희극과 비극이 반복된 새옹의 말처럼 본질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근저에 우리 좀 잘 살게 해달라고 정치권을 향한 요구가 있는 것이다. 747과 경제민주화는 같은 목소리를 향한 서로 다른 처방일 뿐이다.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이지만, 실상 포지티브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일거에 많은 권력이 주어져 이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그럴 때에도 권력에 대한 차분한 성찰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특히 검찰과 국세청과 같은 집행 권력은 권력자에게 많은 것을 갖다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천박한 복수심만을 충족할 수 있을 뿐이다. 그 복수심의 끝을 이미 역사가 돼버린 현실에서 목도하지 않았는가?
박근혜와 문재인의 공통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통점을 하나 꼽으라면, 그것은 과거의 영광과 부채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박근혜의 과거는 박정희요, 문재인의 과거는 노무현이다. 과거는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자 미래를 향해 가는 여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의 지지율이 인혁당 발언 이후 폭락한 것은 바로 이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