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은도 둔장리 바닷가 전경으로 올해 여기서 전국노래자랑 신안군편을 촬영했다. 해넘이길도 부근에 있다.
최홍길
솔직하게 말해, 나는 서울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비교적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62세까지 다니다 고향에 내려가 여생을 보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사람들이 북적이면서 알콩달콩 사는 재미가 있다고, 각종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라며 서울예찬을 하지만, 나는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공간에 들어가면 곧 머리가 띵해지기에 두통약을 입에 넣어야만 하고, 아직까지도 6층 이상의 고층에서 5초 이상 밖을 내다보면 속이 울렁거리기만 한다.
지금 서울은 과밀 상태다. 이걸 해소하려고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대해 생태친화적 아파트 등을 짓는 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만, 지방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지방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관용적 표현을 이제부터라도 바꿔야 할 것이다. 무분별한 '인 서울'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의 중소도시를 대도시로 탈바꿈하게 해서 한국에는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만 있는 게 아님을 세계인들에게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
나는 어쩌다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의 경우가 생긴다 할지라도, 집은 절대 안 살 것이다. 집은 지금처럼 축재의 수단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 말대로, 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곳이 아니지 않겠는가!
전남 신안군 자은도(慈恩島)가 고향인 나는 여생을 유년의 추억이 있는 그곳에서 보낼 것이다. 맑은 하늘, 푸른 산, 시원한 들판이 있는 그곳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곳이다. 아직도 배를 타고 가야만 하는 오지이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오롯하게 살아 숨쉬는 미지의 땅이다. 동양 최대의 돌살, 크고 작은 20여 개 해수욕장, 올레길 못지않은 해넘이길 등이 있어서 사유의 공간으로 최적지이다. 올해에는 서해안에서 가장 깨끗한 해수욕장이 있는 곳, 국제철인3종경기 개최, 전국노래자랑 촬영 등이 열려 외지인들에게 그 비경을 살짝만 보여준 곳.
A형 남자이면서 고소공포증 환자인 나는 정확히 15년 후 서울을 뜰 것이다. 때로는 주인의 눈치도 봐야 하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던져주는 전세로부터도 그때 비로소 해방되리라. 전세라는 단어조차 발 디딜 곳이 없는, 아니 전세의 의미를 잊은 지 오래인 고향사람들과 자은도 고향 집에서 소규모 농사를 짓고, 해넘이길을 걸으며 사유를 즐기다가, 바닷가 주변에서 낚시하는 등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간의 인위성이 가미된 자연도 때에 따라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온통 자연만이 있는 곳에서 사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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