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빨리 아기 낳아줘".. 왜 이러는지 궁금해요?

[서평] 마주이야기 시리즈, <난 때리는 손 없어> 외

등록 2012.09.21 14:23수정 2012.09.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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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때리는 손 없어> 표지
<난 때리는 손 없어> 표지보리
아빠 배는 뚱뚱하잖아
그러니까 아빠! 빨리 아기 낳아줘. 
- <난 때리는 손 없어> 16쪽

"엄마, 아빠더러 동생 낳아달래?
"진짜 웃긴다."
"아빠는 동생 못 낳는데 얘는 그것도 모르나 봐." 


여섯 살 막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보리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 <난 때리는 손 없어>다. 유치원 아이들이 쓴 글을 박문희 선생님이 엮어서 책으로 만들었다. 어른들은 흉내 낼 수도 없는, 아이들만이 쓸 수 있는 솔직한 글들이 이 책에 빼곡히 담겨 있다. 박문희 선생님은 20년간 아이들 말을 가장 중심에 두는 '마주이야기'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선생님은 마주이야기 교육에 대한 설명서로 <들어주자 들어주자>와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를 쓰쎴다. 두 권의 책이 부모나 교사를 위해서 나온 책이라면 이번에 나온 책은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엔 아이들의 글씨체 그대로 쓰인 아이들의 글와 아이들 그림이 함께 담겨 있어 어린아이들이 더욱 재미있어한다.

<난 때리는 손 없어>는 마주이야기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는 모두 세 권이 나왔다. 두 번째 책은 <나는 다 믿어요>이고 세 번째 책은 <엉덩이에 뿔 안 나드라요>다.

동생이 있으면 엄마 아빠는
동생만 예뻐해줄 텐데
그래도 좋아?
동생은 내가 예뻐해줄 테니까
엄마 아빠는 나만 예뻐해주면 돼.
- <난 때리는 손 없어> 13쪽

뜨끔했다. 나도 이런 투의 말을 많이 했는데…. 아이가 동생 낳아달라고 하니 그러면 부모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기게 된다고 위협을 하는 것. 이렇게 글로 읽어보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참 치사하다는 마음이 들 거 같다. 아, 그렇데 이렇게 쓱 보니 동생 낳아달라는 아이들 부탁에는 뭐라 말하는 게 옳은지 고민이 되긴 한다.


엄마는 왜 편지 쓸 때나
아빠 이름 부를 때 오빠 이름만 불러?
규림이 이름도 있는데
오빠 이름이랑 규림이 이름이랑 똑같이 불러줘야 돼
- <난 때리는 손 없어> 20쪽

막내한테 책을 읽어주는데 옆에서 숙제하던 둘째가 고개를 들고 웃는다.


"엄마, 나도 내 이름 넣어서 '현이엄마', '현이아빠' 불러달라고 했는데 똑같다."
"그래 너도 '형 엄마' 하지 말고 '내 엄마' 하라고 울었지."

둘째도 막내도 어디 가나 큰아이 이름으로 엄마 아빠가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한 번쯤은 그렇게 부르지 말고 자기 이름을 넣어서 엄마 아빠를 부르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렇게 따지는 날은 신경을 써서 바꿔 불러주었는데 하루만 지나면 습관대로 다시 큰아이 이름을 따서 불렀다.

그럼 옆에서 항상 첫째가 "별것도 아닌 걸로 떼쓴다"며 동생들을 한심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했다. 하지만 첫째의 말은 가진 자의 여유일 뿐. 둘째랑 막내 처지에선 진짜 억울한 일이다. 아이가 한 살 두 살 나이가 더 먹으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포기하고 그러려니 하며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톡톡 튀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아이다울 때나 할 수 있는 거 같다.

아빠, 저 차 되게 좋다.
저 차가 얼마나 비싼데
3천만원이나 있어야 돼.
3천만 원?
3천 원하고 만 원만 있으면 되겠네.
그럼 오백만 원은?
오백 원하고 만 원.
- <나는 다 믿어요> 42쪽

우리 집 아이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참을 웃었는데 이런 말을 글로 적어 두고 나중에 읽으면 참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재미있어 한다. 어른들 입장에선 엉뚱하지만 아이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의 말을 글로 적어서 더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 마음을 세계를 이해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아이들의 말을 써두고 아이의 마음을 읽는 훈련을 하면 아이와의 관계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부모인 내가 어떤 투로 아이를 대하는지도 반성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바로 이것이 마주이야기 교육의 장점이 아닐까?

아이가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부모는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아이와 대화를 노트에 적어두시라. 그리고 가끔 노트를 꺼내 읽어보시라. 그럼, 아이 마음을 조금씩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날이 오리라.

덧붙이는 글 | <난 때리는 손 없어> 박문희 엮음, 보리 펴냄, 2012년 8월, 70쪽, 1만1000원


덧붙이는 글 <난 때리는 손 없어> 박문희 엮음, 보리 펴냄, 2012년 8월, 70쪽, 1만1000원

난 때리는 손 없어

박문희 엮음, 이오덕 감수,
보리, 2012


#보리출판사 #마주이야기 #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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