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민수는 엄마는 필리핀인이고 아빠는 한국인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현재 혼자 살고 있다.
김경미
그렇다. 지금 이 순간은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긴장되지만 그들도 이런 자리가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색한 순간에서 말랑말랑 긴장이 풀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터뷰 질문에 묶이지 않고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맡겨두었다.
민수: "중학교 때까지는 인천에서 살다가 고등학교를 부천으로 오게 되었어요. 엄마는 필리핀분이고 지금 미국에서 외할머니와 사시면서 일하고 계셔요."첫 소개부터 그의 인생은 궁금증투성이였다. 그런 나의 눈빛에 눈치를 챘는지 바로 민수학생은 계속이어서 말을 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엄청 궁금해 하고 가정사를 말 안 할 수 없더라고요. 엄마 아빠는 일본에서 공부하시면서 만나셨고 그 후 한국에서 결혼하셔서 사시다가 제가 어렸을 때 이혼을 하셨어요. 아빠는 한국에 계시고 엄마는 미국에서 일하시면서 학비를 보내주시고 지금은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어요."혼자 산다고?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아빠는 옆에 없고 엄마는 멀리 타국에 있고 가족이라고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18살 삶이 상상이 안 됐다. 그런데 첫인상도 그렇지만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를 정도로 밝고 차분했다.
바다 학생도 어머니가 필리핀분이시고 한국 아빠와 결혼해 살고 있다. 엄마는 동네에서 필리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다문화란 말도 싫어요" 바다 학생은 민수 학생과는 달리 퉁명스럽고 눈도 잘 못 마주치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돌아온 말이 "이제는 다문화란 말도 싫어요"였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공부하는 것도 싫고 모든 게 다 짜증나요. 그나마 운동을 좋아해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데 유일하게 제가 배우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는 거예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래도 많은 친구들하고 놀았는데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저와 비슷한 상황인 다문화 가정 친구들하고만 지내는 게 편해요. 어느 순간 '다문화'하면 나를 쳐다보는데 그 시선이 불편하고 싫어요. 이제는 다문화라는 말도 너무 싫고 그냥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어요."바다 학생의 다문화란 말이 싫다는 것의 의미를 나중에 목사님을 통해서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바다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얼마 전에 부천지역에서 다문화 특성화 학교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다문화반'을 별도로 만들었다. 물론 바다는 그 반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 때문에 학부모들과 목사님이 몇 번이나 이런 건 그들을 위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문화반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학생들까지 반강제적으로 학급으로 묶어놓고 학력향상을 시켜준다며 별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