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해고노동자 이만신씨는 곧잘 삼성을 "우리회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회사 간판이 나오는 곳에서 찍자"며 삼성SDI 울산사업장 주차장 앞에 섰다. 하지만 '그의 회사'는 회사 땅이란 이유로 주차장에 그의 차가 들어와선 안 된다고 막았다.
정민규
"중국 사람들은 내가 이건희 친척인줄 알았데요."
삼성SDI 해고노동자 이만신(49)씨는 중국 삼성 천진법인에서 11년 8개월을 일했다. 아니, 놀았다. 회사는 그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월급을 받았다.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는데도 돈을 받는 그를 중국 현지 직원들이 의아하게 여겼다. 중국 현지인들은 가끔 그에게 "당신 혹시 이건희 친척이냐"고 묻곤 했다.
꿈같은 직장 생활이라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그는 지난 시간을 꿈도 꾸기 싫은 지옥이라 말한다. 그는 장장 16년 1개월을 말레이시아와 중국에서 머물렀다. 통상 5년을 넘지 않는 주재원 생활을 16년간 한 셈이다. 지난 13일 기자와 만난 그는 이 과정을 사실상의 '유배'라고 표현했다. 지친 그가 국내 복귀를 요구했지만 삼성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삼성이 마치 숨겨놓은 자식처럼 자신을 에워싼 배경에는 노동조합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조합 설립을 두고 그와 삼성이 벌여온 지루한 줄다리기는 1987년 시작됐다.
1987년 군대를 막 전역한 그는 4월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그의 인생의 줄기를 바꿔놓은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무노조 경영을 기치로 내건 삼성에서 20여 명이 삼성전관에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일어섰다. 하지만 삼성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회사의 힘에 민주노조 설립의 꿈은 날개도 펴보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1993년 회사는 그에게 말레이시아 근무를 지시했다. 금방 돌아올 줄 알았던 해외생활이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4년이 넘어 1998년 1년여간 잠시 한국으로 복귀했던 그는 1999년 3월 중국 천진법인으로 발령을 받는다. 그후 11년 8개월이 지난 2010년 10월에야 그는 국내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전에도 그 뒤에도 그에게는 항상 MJ(문제)사원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삼성SDI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 준비... "민주노조 깃발 꽂고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