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이다정씨(25)
고함20
- 미술학원 알바를 꽤 오래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입시를 하다보면 학원 강사에 대한 꿈이 생기거든요. 처음에는 멋있어 보여서, 또 돈도 벌기 위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학원 알바를 1~2년 하다보면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다른 알바 찾아서 해본 적도 있는데, 학원 알바가 제일 나았어요. 전공 살려서 그림도 그리고, 입시도 먼저 하니까 다른 애들을 도와줄 수도 있죠. 또 경력이 쌓이다 보니 학원 쪽에서 계속 부르기도 했고요."
- 다른 알바를 해보니 어땠어요?"학원을 쉬는 동안, 카페에서도 해보고, 단기 판매 알바도 많이 해봤어요. 봉천동 마켓에서 발렌타인 이벤트 같은 걸 해봤는데 힘 드는 거에 비해서 시급이 적었죠. 학원 알바도 힘들지만 객관적으로 가장 낫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경력이 쌓여서 시급도 8000~9000원 정도는 되니까요."
- 미대 학생들은 미술학원 알바를 기피한다고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학원 과외는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미술학원 하다보면 전공과 학교 생활에 소홀해지게 되고, 학점 관리가 잘 안되더라고요 (웃음). 학점 관리를 제대로 하기에는 아무래도 일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사람 상대하는 일이다보니까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요.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생기죠. 고3 입시하는 애들이다 보니까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가르쳐야 해요. 게다가 학생들도, 부모님들도 예민하니까 곤란할 때가 많죠."
- 학원 아르바이트 통해 번 돈은 주로 어디에 쓰나요?"부모님이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회사를 하셔서 한국에 없으시고, 저는 동생과 옥탑방에 살고 있어요. 다행히 월세는 부모님이 대주시고, 제가 번 돈은 생활비로 써요. 그리고 요즘에는 학자금 대출 거치 기간이 끝나서, 원금을 나눠서 갚는 기간이거든요. 등록금 갚는 데 쓰기도 하죠. 지금 한 달에 세 학기 정도의 원금을 갚고 있는데, 한 학기 원금이 17만 원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 학자금 대출은 매번 받으신 거예요?"아니오. 입시 막판 되면 (미술학원에) 세 타임씩 나갈 때가 있거든요. 수능을 본 애들이 1월이나 2월께 실기시험을 치르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꺼번에 수업을 해요. 그때 돈을 모으기도 했어요. 저희 집 사정이 한 번 좋아질 때도 있었고요."
- 저번 학기에 국가장학금 제도가 늘어났잖아요. 활용할 생각 안 해보셨는지..."저는 처음에 신청할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내용 선전이 제대로 안 돼 있고, 어떤 식으로 선정이 되는지 기준을 잘 몰라서 해봤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바빠서 신경쓰지 못한 면도 있었죠."
- 부모님은 왜 중국으로 나가신 거예요?"부모님께서 애니메이션 회사를 하시는데, 한국에서는 인건비가 비싸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스무살 때 중국으로 가면 괜찮을까 싶어서 가셨는데, 중국에서도 힘든 것 같더라고요.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환율 문제가 터지면 저희는 중국 돈을 한국 돈을 바꾸고 그래야 하니까 크게 휘청휘청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중국 사람들도 애니메이션쪽 일이 힘드니까 하지 않으려 한대요. 또 보통 하청이 일본에서 들어오는데, 일본에서도 이제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곳으로 하청을 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 부모님이 어려울 때는 알바해서 번 돈을 보낸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중국 사람들이 일이 힘들다고 아무런 통보 없이 나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일이 하나도 안들어오던 상황이었어요. 부모님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보내 드린 적이 있어요. 격월로 한 다섯 번가량 보냈어요.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그런데 월세도 부모님이 내주시고... 그래서 드린 거에 비해서 그렇게 힘든 건 없었어요."
- 그럼 동생과는 부모님 중국으로 가신 이후에 쭉 같이 사는 건가요?"아뇨. 동생은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대학에 가려고 왔어요. 재외국민 전형으로 산업디자인과에 붙고, 지금은 홍대 앞 치킨집에서 야간 알바를 하고 있어요. 동생을 보면 저는 정말 편하게 알바 하는 거죠."
- 동생과 옥탑방에서 같이 산다고 들었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방은 하나지만, 사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원래 큰 집에서 살았던 경험이 없어서, 둘이 같이 잘 살아요. 그리고 제가 이사를 왔는데, 저번 집은 2층에 있는 집이었지만 여기가 더 좋아요. 춥긴 하지만, 저번에 살던 집보다 더 쾌적하고 안전한 것 같아요. 저번에 살던 집은 사람이 창문으로 올라올 뻔하고... 그런 집이었거든요. 집이 좋아지니까 삶의 모든 부분이 다 좋아지는 것 같아요."
- 보통 애들은 부모님이 집에 오면 다 챙겨주고, 용돈이나 등록금 걱정이 별로 없잖아요. 부럽진 않아요?"'쟤네는 저렇게 살고, 나는 이렇게 사는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옛날에는 어둡게 살았는데, 요새 들어서 그럴 필요도 없고 밝게 사는 게 편한 것 같아요. 원래 생각하기로는 '스무 살이 되면, 금전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어요. 저는 되레 제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미대 등록금만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