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방조제 희망벽화이원방조제 전체에 그려진 '희망벽화'.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가 수습된 후 이듬해인 2009년에 만들어졌다.
지요하
1985년 <건강생활> 기자 이환경씨가 그 섬을 찾은 것은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그 섬의 특징과 그 섬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취재하려는 것이었다. 이미 월간 <마당> 등에 르포 기사를 쓴 경력이 있는 나로서는 그의 취재를 도와줄 수 있는 처지였다.
우리는 버스를 이용하여 이원면 포지리를 갔고, 썰물 때 갯벌 길을 걸어서 죽도를 갈 수 있었다. 이환경씨는 섬의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았고, 주민들을 만나 여러 가지 궁금 사항들을 취재했다. 내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가 섬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등성이를 넘어갔을 때였다. 산기슭 외진 곳에 집 한 채가 있었는데, 아기울음소리가 계속적으로 들렸다. 그 집에 가서 보니, 남자 노인이 한 분 방 안에 있는데,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냥 속수무책으로 멀거니 앉아 있기만 했다. 그 노인에게는 아기 울음을 그치게 할 아무런 방도도 없는 것 같았다.
아기는 엎칠 줄도 모르고 팔다리를 버둥거리지도 못하는 갓난아기였다. 그저 애달프게 울음소리만 내는데, 배가 고파 우는 것임을 우리는 단박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속수무책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말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는 근처 어딘가에 엄마나 아빠, 또는 할머니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거동이라도 제대로 하는지 모를 노인에게 갓난아기를 맡겨두고 다른 어른들이 멀리 갔을 리는 없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그런 말로 서로를 위안하며 그 집을 나왔다. 다시 등성이를 넘어간 우리는 여러 집이 이웃해 있는 곳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등성이 너머 갓난아기가 있는 집의 형편을 물었다. 그리고 놀라운 말을 듣게 됐다. 그 갓난아기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었다고 했다. 초산이었던 엄마는 산고가 지나쳐서 아기를 낳고는 곧 죽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