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현씨의 책 <골목사장 분투기>에 실린 서울 도심 카페베네 점포(40평)의 월 운영비. 강씨가 직접 계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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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초보 사장님은 명동, 홍대, 신촌, 강남에 들어가면 망한다"면서 "경험 없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임대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 임대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뉴욕 맨해튼에 비춰 봐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예로 들은 점포는 맨해튼의 노른자위인 5번가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크기가 132㎡(40평)인 이 매장의 임대료를 원화로 환산하면 보증금 4000만 원에 월 임대료 1000만 원 정도. 홍대나 강남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강씨는 "이 지역 직장인들이 받는 연봉은 서울 직장인들 평균 연봉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면서 "무슨 대단한 근거로 임대료가 이렇게 높은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이 이익 독식... 자영업자 능력과 상관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대료와 함께 자영업자들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자신의 점포 근처에 새로 가게를 내는 다른 자영업자들이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시장 상황 때문에 망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지만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강씨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고용을 줄인 대기업에서 찾았다.
"오늘도 국제신용평가사인 S&P가 한국 신용등급을 올렸어요. 외국에서 볼 때는 우리 경제상황이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현대, 삼성은 몇 분기째 최대 실적 갈아치우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밑바닥에 있는 자영업자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거든요. 근본적인 문제는 대기업이 돈을 벌면서 그만큼 고용을 안 한다는 겁니다."대기업이 사회 전체가 벌어들이는 이익을 독식하면서 그에 맞게 임금을 올려주거나 고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분석이다. 강씨는 "고용만 안 해주면 모르겠는데 요즘에는 골목까지 대기업이 밀고 들어와서 지역 상권 위협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자영업자들이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신촌의 한 편의점 사장님을 예로 들었다. 이 사장님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편의점을 시작했는데 24시간 하다 보니 인건비도 많이 들고 남는 게 없어 결국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 대기업이 한 달 후에 사장님 점포 인근에 큰 직영 매장을 열더라는 것이다. 강씨는 "'간판 내렸으니 죽으라'는 식 아니겠냐"고 말했다.
강씨는 회사에서 명예퇴직당하면 바로 생존으로 내몰리게 만드는 복지정책의 미비도 지적했다. 그는 "직장에서 '짤린' 사람들이 자영업을 한다고 하면 아이템을 찾고 시장조사를 하는 데 최소한 1년이 필요하다"면서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복지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카페, 음식점, 치킨집, 호프집 같은 '흔한' 직종으로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자영업자들이 직종을 선택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개월 정도다.
강씨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에서 불로소득을 걷어 들이고 기업에 고용을 압박하고 빈약한 복지를 해결하는 역할은 시장이 자체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료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줘야 하는데 기재부 장관은 자영업자 늘어나니까 고용 대박이라면서 박수만 치고 있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