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활동들
한국여성의전화
말이 그렇지 두 달 여나 되는 기간 동안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매일매일 운동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 같이 현미밥을 함께 먹으면서 고충을 나누고 서로를 독려하기도 한다. 사이사이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강좌도 있고, 파워워킹 강좌나 웃음치료, 채식 식당에 같이 가는 프로그램도 있다. 혼자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한 이유다.
이 8주 건강실천단 프로그램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물리적으로 실제적 효과도 얻지만(체중감량, 혈압 조절, 혈당치 하락 등) 무엇보다 내 몸을 스스로 변화시켜 본 '경험'의 뿌듯함을 느낀다. 건강이 전문가의 권위를 통해 혹은 혹독한 자기관리를 통해 지켜졌던 지난 경험과는 다르게, 스스로가 건강의 주체로서,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통해 건강을 획득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생협 활동의 중심에는 건강소모임들이 있다. 건강실천단같은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 외에, 소소하게 일상적인 동네 모임을 통해서 건강을 지켜가는 소모임이 바로 건강소모임이다.
걷기 소모임, 노래 소모임, 산행 소모임, 댄스·요가·타이치체조 소모임, 밑반찬 소모임 등이다. 조합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건강 소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하면서 일상적으로 건강을 지킨다. 동네 친구 만나듯이, 즐겁게.
참여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개인의 건강만이 아니다. 최근 개원한 살림의료생협의 살림의원은 준비하는 과정에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6번의 개원애벌레를 진행했다. 조합원들은 개원애벌레 회의를 통해 받고 싶은 진료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의원의 이름부터 내부 인테리어와 진료 시간, 조합원 혜택까지 하나하나 스스로 정했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와서 참여할 수 있고, 6번의 개원애벌레 동안 수많은 조합원들이 오프라인상으로 온라인상으로 의견을 냈다. 의료생협에서는 이렇게 스스로 원하는 진료를, 또 그런 진료를 구현할 수 있는 병원을 직접 참여하여 만들 수 있다. 물론 개원 후에도 역시 이용위원회 등을 통해 의료기관의 운영에 참여한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의료생협의 모든 활동은 조합원들의 참여로 시작해서 참여로 끝난다. 의료기관 개설을 포함한 의료생협 활동의 전반을 1년의 한번 조합원 총회를 통해 스스로 결정한다. 상시적으로는 이사회, 각 위원회에 결합하여 내가 건강해지는데 필요한 것, 우리 동네가 건강해지는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직접 얘기 나눌 수 있다. 참여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낼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참여 또한 중요하다. 만들고 싶은 의료기관, 혹은 요양시설을 꿈꾸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출자를 통한 경제적 참여를 하는 것은 훨씬 더 주인의식을 갖게 해준다. 예전에 안성의료생협에 갔을 때 조합원 한 분이 병원에 오셔서 '우리가 만든 병원'이라고 자랑스러운 듯 말씀하셨던 것이 인상에 남아있다.
실은 나도 얼마 전 자꾸 오른쪽 손목이 아파서 살림의원에 다녀왔다. 의사는 내 평소 생활습관을 묻고, 내가 겪는 질병에 대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주사는 질병에 어떤 작용을 하며, 오늘 주사를 맞고 갈 것인지도.
내 몸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주고, 어떤 선택이 내 몸에 가장 좋을지 오랜 시간을 들여 나와 상의해 주었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이런 병원을 만들고 싶었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힘을 모아 이 의원을 개원한 살림의료생협 조합원들은 얼마나 더 뿌듯할까 생각하니 절로 감동이 밀려왔다.
참여한다는 것은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멀리서 방관하거나 비판만 하지 않고, 꿈꾸는 것을 위해 내가 직접 그 중심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참여의 경험이 많지 않고, 더러는 귀찮고 두렵기도 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참여'를 연습해야 한다. 사소하더라도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을. '참여'하는 것이 어떤 것들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한 번 경험하면 알게 된다. 그러면 그 다음 발을 내딛는 것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한가지 더, 그 과정에서 가장 값진 변화는 바로 나 자신의 변화일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의료생협 활동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영씨는 한국의료생협연합회 교육미디어팀장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성문제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공유하기
까칠한 환자도 '매우 만족'하는 이곳, 어렵지 않아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