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 경춘선 전철 선로가 지나가는 춘천풍물시장.
성낙선
현대시장이 전통시장의 그런 재미와 낭만과 이야기까지 재연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마음까지 여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통시장은 상인과 손님이 모두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곳에서는 상인과 손님이 모두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상술에서 시작해 상술로 끝나는, 이윤 창출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식 현대시장이 전통시장의 그런 역할과 기능까지 대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세월이 변한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정 만큼 질기고 오래 가는 것도 없다. 상품을 사고파는 데 앞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전통시장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침 추석들 앞둔 시점이라, 전통시장이 오랜만에 시장다운 기능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비좁은 시장 골목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때 전통시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풍성한 가을,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