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항공의 국내선 프로펠러 비행기
신은미
그래도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 비행기를 처음 봤을 때보다는 겁이 덜 난다. 이미 올 때 한 번 타 봤으니까. 사실 이·착륙할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특히 이륙할 때는 제트 비행기보다 사뿐하게 떠오르는 기분. 느낌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비행기가 조금은 아름다워 보이기도. 덩달아 나도 비행기를 카메라 앵글 안에 담았다. 나중에 미국 친구들이 이 프로펠러 비행기에 대해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지 미리 생각해두면서 말이다. 아마도 내 대답은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It's just so beautiful!'(이건 진짜 아름다워!)순간, 북한 관광이 마치 이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 그 중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는 북한. 이곳을 여행할 때, 처음에는 무척 겁이 나지만 일단 한 번 와 보게 되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되기 때문이랄까.
특히 남한 출신의 외국 국적자는 어려서부터 받은 '반공 교육'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니 나도 거의 종교에 가까운 '반공 세뇌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그 여파로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북한 사람들은 실제 뿔이 달리고 얼굴이 새빨갛다고 믿고 있었다(내가 우둔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물론 나 역시 커가면서 '북한사람들이 (생물학적으로) 뿔이 있거나 얼굴이 빨갛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북한 사람들을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로봇' 같은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어려서 받은 이런 교육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덕분에 북한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니 나뿐만 아니라 나처럼 '반공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들이 잔뜩 겁을 먹고 북한에 오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내 북한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라는 말을 하게 된다. 내가 북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사람들은 내게 '북한이라는 나라는 대체 어떤 나라냐'라는 내용의 질문을 많이 던지고는 했다. 나는 서슴없이 이렇게 답하곤 했다.
"북한?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야."평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편과 나는 내년 8월, 다시 북한 여행에 갈 것을 다짐했다. 백두산 천지에 오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함경도 칠보산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 내 사촌 은영이와 그녀의 가족이 살고 있는 라진-선봉에 '다시' 가기 위해서 말이다.
이번 여행서 우리는 평양을 떠나 옌지(연길)로 가서 육로로 라진-선봉에 간다. 그곳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사촌 은영이 가족이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은영이 부부는 무엇 때문에, 안락한 삶을 저버리고 온 가족, 아이들까지 모두 북한에 데리고 가 살고 있는 것일까.
텅 비어 있는 김일성대학...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