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KBS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나훈남씨의 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나씨의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만도 합니다. 지금의 부인과 사실상 남남처럼 살아왔기 때문에 딴 여자를 만났다고 해서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한다니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씨의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습니다.
물론,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더라도 사전동의 또는 사후용서하면 이혼 사유로 삼을 수 없습니다. 간통죄에서도 종용이나 유서가 있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사전동의이고 사후용서인지입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명백한 합치가 있는 경우" 비록 부부사이라도 사전동의가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비록 서류상 부부라 할지라도 사실상 이혼 상태였거나 이혼에 합의한 정도라야 외도를 용인하는 셈이라는 겁니다.
또 외도를 용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려면 ▲ 부정행위를 확실하게 알고 자발적으로 한 것이어야 하고, ▲ 부정행위에도 불구하고 혼인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나씨 부부는 각방을 쓰고 있고, 대화도 없으며, 애정도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외도가 용인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무관심 혹은 단순한 묵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 부양, 협조할 의무가 있고 혼인생활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이혼하기 전에는 섣불리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혼 재판이 진행된다면 나씨의 귀책사유로 이혼한다는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나아가 나씨의 아내가 이혼소장과 함께 고소장을 내고, 재판에서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나씨와 후배 A는 모두 간통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외도한 배우자, 원만한 해결책은 없을까나씨에겐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지금의 부인과 원만하게 이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재판으로 가지 말고 협의이혼을 하되, 재산문제와 자녀 양육문제를 원만히 합의하셨으면 합니다. 또한 아내에게 진지하게 용서를 구하고 간통죄 고소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잘 설득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만일 필요하다면 재산문제와는 별도로 합의서와 같은 형식으로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대신 합의금조로 얼마를 지급한다는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고민해 볼 만합니다. 나씨 입장에서는 이혼 소송으로 가면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결론이 날 수도 있으니 조금 손해 보는 셈치고 소송 전에 끝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나씨의 아내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여 두 사람이 마지막이나마 아름다운 모습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외도는 배우자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는 행동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외도 못지 않게 서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는 부부도 바람난 부부 못지않게 위험한 관계 아닐까요.
저는 간통죄가 가정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엄연히 간통죄는 살아있습니다. 설사 부부 사이에 애정이 남아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이혼 전의 외도는 현행법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법은 '애정없는 결혼'이라도 결혼이 유지되는 한 '결혼없는 애정'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이혼, 특히 외도를 소재로 글을 쓰다 보니 저도 마음이 무겁군요. 외도 사연은 아직도 많지만 다음주에는 좀 밝은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결혼이야기 말입니다. 동성동본 결혼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겹사돈은 가능한지, 몇 살부터 결혼할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을 명쾌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결혼이건 이혼이건 행복을 위한 선택이어야 합니다. 이도남은 다음 주에 오겠습니다.
기사와 관련해 알려드립니다 |
1. 기사에서 언급한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명을 사용했으며, 사연을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현재 이혼 문제로 고민 중이거나 부부생활과 관련된 궁금한 점, 그 밖에 부부문제, 자녀양육의 법적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연락주십시오.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연애중이거나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고민도 환영합니다. 단 소송중이거나 개인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은 사양하며, 전화나 면담상담은 하지 않습니다. 보내주신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연재기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보내실 곳 : jundorapa@yahoo.co.kr
|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상식책 <생활법률상식사전>(2010),<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썼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공유하기
아내와 각방 쓴 지 오래인데, 형사처벌 받아야 하나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