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헌혈자의날 행사를 주최한 '한마음혈액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1-5 디자인랩' 대표(나웅주)는 봄이 여동생의 남편이다.
조호진
봄이가 뿌린 사랑의 씨앗이 가족을 통해 꽃피고 있다. 봄이네 가족은 삶의 우선순위를 사랑과 나눔에 두었다. 전문경영인과 산부인과 의사에서 은퇴한 부모는 봉사활동과 나눔이 우선이고, 국제변호사인 봄이 오빠는 유엔(UN) 산하기구에서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을 돕는 일을, 디자인 전문가인 봄이 동생 부부는 재능기부로 세상을 밝히고 있다.
봄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중증 장애인 사회복지시설인 (사)광명사랑의집을 찾아가서 장애우들을 목욕시키고 밥을 먹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제빵 기계 지원을 통해 이주노동자와 몽골 빈민들을 도우려고 애썼던 봄이 아버지는 몽골에 세워진 '밝은미래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오빠 한신범(37)씨는 봄이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었다. 미국 뉴욕에서 국제 변호사로 일하다가 귀국한 한 변호사는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서울사무소에서 10월부터 활동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빈곤 국가의 빈곤 감축과 개도국의 산업개발 지원을 위해 세워진 이 기구에서 한 변호사는 국제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로 활약하게 된다.
여동생 한채연(33)씨는 재능기부로 밝은 세상을 디자인하고 있다. 금강기획 광고디자인팀에서 일했던 채연씨는 2011년 6월 디자인전문가인 남편과 함께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 이름은 봄이 언니가 자신의 한 생명으로 다섯 생명을 살린 것처럼 디자인으로 세상을 밝히고 싶어서 '1-5 디자인랩'이라고 지었다.
'1-5 디자인랩'은 사회적 기업인 '공부의 신'과 '함께 일하는 세상' 등에 CI를 개발해 무료 제공하는 등 재능기부로 동참했다. 올해 1년 동안은 국내 최초의 민간혈액원인 '한마음혈액원'에 대한 광고, 홍보, 이벤트 등의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무료로 돕고 있다. 한마음혈액원 주최로 지난 6월10일~12일까지 사흘간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계헌혈자의날' 행사에서는 헌혈캠페인 티셔츠 디자인 등으로 행사를 빛나게 했다.
한채연씨는 11일 "봄이 언니의 장기기증을 통해서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오빠와 막내인 저까지 삶의 가치가 바뀌었다"면서 "봄이 언니의 고귀한 뜻을 따라 디자인으로 사회의 가치를 높이고 공헌하는 사회적 디자인(social design) 회사를 꿈꾸고 있다"는 소망을 들려주었다.
봄은 떠나지만 햇살 머금고 돌아온다. 다시 돌아와 봄눈과 언강을 녹이면서 봄꽃들을 춤추게 한다. 겨울 추위에 겁먹고 웅크렸던 만물들은 비로소 생명의 노래를 부른다. 그렇듯이 봄이는 미국의 어디선가 누군가의 심장으로 뛰고 있고, 그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뇌사의 아픔을 장기기증으로 녹이면서 비탄에 처하지 않았던 봄이네 가족은 손잡고 사랑의 길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