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청사 앞에 있는 '진실의 눈' 조형물에 비친 일그러진 풍경(자료사진).
유성호
"솔직히 월급쟁이지. 법조인으로 자존감 챙긴다고 하면, 그 안에서 살아가기가..."
그는 변호사다. 올해 나이 48세. 한때 잘 나가던 검사였다가 재벌그룹 법무실 임원을 지낸 그다. 2년 전 몇몇 선후배와 조그마한 법무법인을 차렸다. 김정훈(가명)씨는 "(돈)벌이는 예전만큼은 안 되더라도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변호사로 7년을 일한 그는 "기업이 잘 되기 위해선 정말 그들이 제대로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사법시험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지냈다. 5년여 동안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김 변호사는 "그땐 정말 밤낮으로 공소장을 쳤던 기억만 난다"고 했다. 그리곤 검찰 정기인사 때 속칭 물을 먹었다. "그땐 참 서운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연히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기업 사내(社內, in-house) 변호사가 됐다.
국내 4대 재벌 중 하나인 그룹 법무실이었다. 넉넉치 않은 집안 살림과 노부모의 병원비 부담이 컸다. 그는 "검찰복을 벗기가 쉽지만은 않았다"면서도 "경제적 부담 말고도 (선배로부터) 전문성을 키워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달랐다. 그룹의 준법경영 약속은 말그대로 약속일 뿐이었다. 기업 현장에선 잘 먹히지 않았다.
총수 눈치 보고, 기업 이익이 최우선그는 "과거보다는 준법을 더 강조하고 있지만 법무실 역시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이익"이라고 했다. 특히 재벌총수와 관련된 사안은 그룹 법무실에서 별도의 팀을 꾸려 따로 챙긴다. 총수의 법적 리스크가 그룹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총수와 직접 관련된 사안은 그룹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대응한다"면서 "법무실뿐 아니라 대외협력부문 등 핵심인사들이 참여하는 팀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검찰을 비롯해 사법부, 정관계와 언론 등과 접촉빈도를 높여가면서, 최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다. 구체적인 법정 공방은 별도의 외부 법무법인에 맡긴다.
국내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해 SK 등 주요재벌 사내 법무팀 변호사만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면서 "게다가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준법, 윤리경영을 내세우면서 이들의 그룹 내 입지도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법조계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놓고도 이들이 그룹 내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각종 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재력을 바탕으로 국내 다른 로펌들에게 종속적 관계를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삼성 국내외 변호사, 특허인력 등 1000여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