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사시장은 인근의 곤양과 서포의 갯벌과 바다에서 오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김종길
완사역에서 내려 시장으로 향했다. 완사시장은 1일과 6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시장 입구에 '100년의 전통 완사시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100년이라... 읍 소재지도 면 소재지도 아닌 이런 작은 마을 시장이 100년이 넘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시장은 작지만 옹골차다. 입구에 들어서면 끝이 훤히 보일 정도로 손바닥만 한 시골장이지만 시쳇말로 없는 거 빼고 모두 다 있다. 태풍이 오고 난 뒤지만 과일전에는 토마토·참외·복숭아 따위도 보이고 햇배와 햇사과도 보인다. 잘 말린 고추가 비닐 부대에 그득 담겨 있고 채소는 태풍에 피해가 컸는지 파리한 얼굴로 드문드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완사는 바다가 지척이다. 곤양과 서포의 갯벌과 바다에서 오는 게와 각종 해산물이 시장의 한구석을 채운다. 펄떡이는 게를 검은 봉지에 담아 오천 원씩, 만 원씩 사간다. 게 이름을 물어봐도 사가는 손님도, 파는 상인도 그저 게라고만 한다. 완사는 바다에 닿아 있으면서도 주위에 산지가 적지 않다 보니 수십 가지의 약재가 시장바닥에 즐비하다. 한쪽에선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완사시장에서 빠뜨릴 수 없는 명소, 순대집을 찾았다. 시장에는 순대집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여행자가 찾은 곳은 곤양 식당. 장터에 있는 이 순대집은 지역에서는 꽤나 알려진 집이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문덕희 할머니가 아는 척을 한다. 순대 1인분만 주문했다. 할머니는 예전 장날이면 이곳에서 국밥을 말아 장꾼들에게 팔다, 18여 년 전부터 피순대를 만들어 식당을 꾸려왔다. 이 집 순대의 특징은 그 흔한 당면을 넣지 않고 방아·파·마늘·김치 등 각종 야채와 양념을 버무린 선지를 넣어서 만든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