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순안공항의 비행기 시간표 안내판
신은미
내일 우리는 비행기로 '삼지연' 공항에 내려 백두산으로 간다. 나는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백두산 가기 전날 밤은 흥분이 되어 틀림없이 잠을 못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나는 차분한 마음이 되어, 상상 속 백두산의 장엄함에 미리 취해 스르르 잠이 들고 있다.
'엄숙한' 자세를 취하고 일어나 로비에 내려가니, 설경이와 방조카는 오늘 점심에 먹을 도시락과 물을 버스에 실어 나르고 있다. '삼지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곧바로 '백두산'으로 향하는데 산 정상에 다 갈 무렵 백두산 봉우리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을 예정이라고 한다.
'백두산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는다?' 아! 마르고 닳도록, 이제서야 흥분이 되고 가슴이 두근 두근거린다.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방조카가 나보다 더 흥분해 있다. 나는 순간, '이곳 동포들에게도 백두산은 그 언제 가봐도 흥분이 되는 산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방조카가 흥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방조카는 '비행기를 처음 타 본다.'
옆자리에 앉아 휘파람을 신나게 분다.
"휘파람 소리가 신바람나네. 백두산 가서 좋은가 보지?"
"이모, 나 지금…뭐…신나고 떨리고 하디. 비행기를 처음 타니까니."
"비행기 타는 거 재미있을 것 같아?"
"재밌지 않캈나? 하늘을 날으는데… 야, 이거야 뭐 흥분되 죽갔구만."북한 동포들은 꾸밈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같으면 비행기 못 타본 게 창피해서라도 잠자코 가만이 있을 법도 한데. 흥분한 방조카가 계속 쉬지 않고 떠든다.
"또 내가 삼지연에서 군대생활을 하지 않았갔시요? 그곳에서의 추억도 많고 보고싶은 사람도 있디. 그 시절 내 상관이었던 분이 아직 그 곳에서 살고 있디. 꼭 뵙고싶은 분이디요. 자상하고 따뜻하신 분입네다. 배도 고팠고 힘도 들었던 시절이었는데 그 상관이 큰 힘이 되어 주셨디. 참, 기리구 백두산에 가면 그곳에서 자라는 '불로초'가 있는데, 만병통치약으로 아주 유명하니까니 이모도 꼭 한 봉다리 사가디고 오시라요. 나도 집사람이 사가디고 오라해서리 꼭 사야해요. 안 기러면 집사람 달래느라 또 양말 꿰지지 뭐." "꼭 사가. 그래봐야 방조카 해 줄라고 그러는 거지."혼자 비행기를 타고 백두산에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인지 부인한테 전화를 한다.
"나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디. 알았어, 알았어, 안 잊어먹갔서." 목소리가 들떠서 날아갈 지경이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다.
세계에서 단 두 대만 남아있는 희귀 비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