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100문 100답> 표지
다산북스
"엄마가 문제네. 아이가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영어를 준비해줬어야지. 아무것도 안 해주면 애가 수업을 못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지." 학원에 아이를 처음 데려가면, 원장선생님이랑 상담하며 매번 듣는 말이다. 처음엔 이런 말 들으면 속이 뜨끔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 초등학생까지 학원에 보낼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맞벌이도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아이 셋에 막내가 어린 내게 맞벌이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이건 다 핑계다. 아이 성적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주변의 엄마들이 내게는 불편했다. 아이 성적을 열심히 챙겨주는 엄마의 삶이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런 삶을 살기 싫었다.
정보가 많은 엄마들과 안 친하니 첫째가 중3인데도 나는 고교입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물론 올해 치러야 할 고입정보가 부족하니 3년 뒤에 치르게 될 대입정보는 더욱 부족하다.
이런 내 손에 책 한 권이 들어왔다. <우리교육 100문 100답>. 교육평론가로 잘 알려진 이범씨가 쓴 책이다. 저자는 '대치동 스타강사'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이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첫 장은 한국식 공부법의 효율성에 대한 이야기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야기한다. 두 번째 장은 왜곡된 교육정보에 대해 지적하고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준다. 셋째 장은 교육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넷째 장은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와 대안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째 장에는 저자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다.
아이랑 서점 갔는데... '무슨 교과서가 이렇게 많아?' 첫 장엔 수능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언어영역 지문 중에서, 학생들이 교과서 같은 데서 본 적이 있는 글이 몇 %나 될까요? 답은, 원칙적으로 0%라는 겁니다. 지문이 교과서에서는 하나도 안 나오는 거죠. (중략) 학력고사 고전 파트 기억 나시나요? 나랏말씀이 어쩌고… 달달달 외우다가 문제에 나오면 기억과 대조해서 탁 맞추고, 그런 식의 문제들이 많았죠. - 본문 23~24쪽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수능과 학력고사가 뭐가 다른지 몰랐다. 돌이켜보니 2년 전,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참고서 사러 서점에 갔다. 그런데 책은 사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국어만 해도 교과서 종류가 수십 종이 넘는데 그 중에 어떤 교과서로 아이 학교에서 공부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 교과서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학력고사 세대인 나로서는 그런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교과서에 나온 지문으로 대입을 보았던 나는 당연히 전국의 중학교 1학년이 똑같은 교과서로 공부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미국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교육과정은 일본식입니다. 교사에게 '3중 족쇄'를 채워놓은 거죠. 대학입시와 교육과정이 서로 잘 안 맞는 겁니다. SAT(미국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은 '언어적 역량'을 키우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미국 교과과정에선 다양한 과목에 걸쳐 다양한 글을 접하게 하면서 의미를 따져보고 토론하고 글도 써보는 훈련을 시켜요. 꼭 미국만 그런 게 아니라, 서구 선진국의 학교에서는 일상적으로 그런 방식의 교육이 이뤄집니다. - 본문 41쪽 그래서 저자는 별도로 독서를 통해 '언어적 역량'의 기본기를 쌓기를 권한다. 책에선 저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독서교육의 10계명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우리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은 많았지만 정작 어떤 입시 제도 아래 학교교육이 진행되는지 내가 파악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의성 교육'이 필요한 이유... 내 생각은 조금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