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동 시민기자가 "언론은 진실을 알린다고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성호
오 : '음란물' 이야기를 묻고 싶다. 음란물이 성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동 : 저희 시대에는 청계천을 갔다. 당시 한창 인기 있었던 <천사들의 합창>의 히메나 선생님이 나온 포르노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당시 중고등학교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만 원 주고 사서 집에 오면 '뽀뽀뽀', '모여라 맛동산' 나오는 그런 일도 있었다(일동 웃음). 그러니까 지금 애들이나 그때나 방법의 차이,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보면 영향을 끼칠까?'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제가 어머니께 포르노를 봤다고 고백한 게 고등학교 때였다. 그때 어머니가 '포르노를 볼 수 있지만 그건 너무 과장됐고 남자 중심'이라고 하셔서 그 다음부터 안 봤다. 결국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 범죄의 원인으로 계속 말할 요소는 아니지 않을까. '포르노가 성범죄 원인'이라고 쓰는 기자들 외장하드엔 포르노가 없을까? 오히려 당당하게 돈 내고 성을 구매하고, 여성들의 술시중을 받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
김 : 저도 동의한다. 꼭 음란물이 아니어도 다른 매체도 있다. 선정적인 일부 웹툰이나 노래가사도 같은 맥락 아닌가. 오히려 음란물을 더 금기시하고 사회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게 문제 아닐까. 방금 어머니랑 음란물 본 경험 얘기했다고 하셨는데, 보통 가정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금기시되고 있다.
한 : 저는 음란물에 따라 수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것도 있지만, 가학적인 현장을 찍는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 않나. 후자는 일반 음란물을 보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규 : 스너프 필름 같은 경우는 범죄로 다뤄지지 않은가. 음란물 중에는 연출된 것도 있으니까.
오 :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늘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남성의 성적욕구는 풀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문화가 있지 않나. 음란물을 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나꼼수> 비키니 사건 때도 이런 부분이 논란이 되었다. 동 : 남성의 성욕도, 여성의 성욕도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 여성의 성욕을 표출할 기제가 우리 사회에는 없고, 남성의 경우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사회분위기가 여성은 성욕에 대해 쉬쉬하고, 남성들은 동지의식을 갖고 '같이 성매매를 했으니까 우린 하나야' 식의 사회 분위기가 있는 거다. 남자의 욕망을 표출하는 게 당연하냐고 물었을 때 잘못 분출하는 게 아니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규 :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10대 때 연애하고 성행위하는 게 자연스럽더라. 우리는 할 수는 있어도 몰래 한다. 아무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 우리보다 야동을 덜 보는 것 같다. 제 생각엔 야동 보는 남자는 행복하지 않다. 연애를 해야지(웃음).
오 : 화학적 거세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 같다. '남자들은 참지 못한다'라는 이유로 물리적 거세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 : 다른 것보다 저는 대책으로 불심검문으로 이야기가 나온 게 정말 말이 안 된다. 이게 정말 이명박이 할 수 있는 짓이구나.
동 : 정치적으로 잘 짜여지는 것 같다.
김 : 응보와 교화는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뭔가 잡히지 않는 분노만 있다. 폭력 자체를 거부하는 문화가 아니라 폭력을 폭력으로 덮는 사회로 가려는 것 같다.
한 : 중요한 말씀이다. 폭력 자체에 화두를 두고 그걸 어떻게 없애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고민해야 하는데 계속 응징하는, 더 큰 폭력으로 막으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폭력은 여러 가지 형태다. 관공서 가면 머리 조아리는 것, 그것도 폭력이다. 일반 시민들은 정치인이 나타나면 위압감 느끼고. 이런 게 너무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힘의 서열을 당연시한다. 사회 전체의 인문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정말 바꾸기 힘들고 오랜 시일이 걸리겠지만 이제부터라도 해 나가야 한다. 집에서 아이들 교육시킬 때 '니가 힘 세다고 누군가를 괴롭히면 정말 비겁한 일이다'라고 가르치고, 성폭력 같은 게 얼마나 비열한 일인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성폭력, 방점을 찍어야 하는 건 '성'이 아니라 '폭력'" 오 : 마지막으로, 성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 :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든다. 한 번쯤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폭력, 성 문화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민 그런 것들을. 그냥 정책 하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부터. 이렇게 이야기하는 자리도 시작 아닌가.
규 : 성범죄는 '권력 차'의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성적인 게 아니라 폭력, 권력의 문제라면, 저는 남자라서 자꾸 남자 입장에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잠재적 피해자라고 늘 생각한다면 뭐라도 할 것 같다. 권력차를 넘어서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 : 저는 공동체가 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건 정말 멀고 먼 길이다. 일단 <오마이뉴스>에 바란다. <오마이뉴스>에서 고아무개씨의 이번 사건 1보를 전하면서 제목에 '술김에'라는 고씨의 표현을 그대로 갖다 썼더라. 아쉬움이 들었다. 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 기사에서 어떤 시각을 견지했으면 좋겠다. 또, 제가 마을에서 1318모임을 한다. 저는 성인들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교육이라고 본다. '때리지 마라'는 말을 계속 듣는 아이와 '싸울 바엔 니가 한 대 더 때려라'는 말을 듣는 아이는 다르지 않을까.
이 : 계속 나온 이야기인데, 성폭력에서 방점 찍어야 하는 건 성이 아니라 폭력이다.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행위. 우리가 성에만 집중하다보니까 돈이 많으면 여자를 사도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성범죄를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화학적 거세, 물리적 거세가 아니라 각자의 불편함, 여성은 늘 밤길을 조심해야 하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가 되는 것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부터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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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고 있을 때 우리 딸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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