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성 밖으로 난 소로길 중에는 흙길이 있다. 비가 내려 질퍽인다. 나무들도 젖어있다.
하주성
젖은 풀을 헤치며 걷다
갑자기 길이 미끄럽다. 조금은 정리가 되었던 길이 그저 편편한 흙길로 변했다. 비는 계속 뿌려대는데, 밟을 때마다 미끄럽다. 신발 안은 이미 물에 젖어 질척인다. 풀이 무성한 길을 걸으며 좌우를 살펴본다. 아무도 그곳엔 없었다. 그저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알 수 없는 새의 울음소리만이 숲을 지키고 있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자칫 한 발이라도 헛디디면 그대로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저만큼 성벽이 돌출이 된 치 위에 전각이 보인다. 서포루, 화성에는 두 가지의 포루가 있다. 바로 '포루(鋪樓)'와 '포루(砲樓)'이다. 전자의 포루는 군사들을 보호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고, 후자의 포루는 포를 쏠 수 있는 구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