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문물을 위한 문이다. 담과 담사이에는 문이 없다. 물의 문은 있되, 사람의 문은 없다
김정봉
담은 이름을 갖고 있다. 대봉대와 마주하는 담은 애양단(愛陽壇)이다. 유난히 볕이 잘 드는 곳이라 붙여졌다. 외나무다리로 계류를 건너면 매대(梅臺)라 불리는 화계가 있고 화계위에 담을 둘렀다. 이 담에는 '소쇄처사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慮)'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집 주인인 양산보의 호인 소쇄옹의 조촐한 집이라는 의미다.
화계를 중심으로 위쪽에 제월당과 아래에 광풍각이 있다. '비갠 하늘의 밝은 달'이라는 의미의 제월당은 주인이 머무는 생활의 공간이요, 학습의 공간으로 사적 성격이 강하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이지만 제월당에서 주인행세를 하려하니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객은 영원한 객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