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주수성봉래각에서 내려다 본 등주수성
송진숙
이번 장보고 유적 답사에 선발이 되었다. 예전에 1번 신청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어서 한동안 접고 있다가 이번 여름에 신청한 것이 운좋게 선발이 된 것이다. 연수 시기가 마침 방학 끝날 무렵이라 시간상으로도 적기였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서 기대가 컸다.
이번엔 제대로 보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자료는 물론 사진까지 찾아서 나름 공부를 했다. 그런데 장보고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거의가 중국인의 상혼으로 가득차 있는 관광지일 뿐인 듯했다. 좀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는가!
출발하기 전 준비를 제대로 했다. 출발하는 날 한국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혹시 배가 못 떠나는 게 아닌가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속담에 일이 안 될려면 처녀가 시집가는 날 등창이 난다고 하더니. 이 무슨 폭우람! 사실 배타고 가는 것도 처음이어서 배멀미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 주최측에서 개별적으로 전화를 해줄 때 물어봤더니 크게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해서 걱정이 줄어들기도 했다.
혹시 큰 비로 인천가는 길이 막혀서 늦게 도착해, 나만 못 떠나는 게 아닐까 불안해 집안 식구를 채근해서 일찍 출발했더니 여객선터미널에 3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공항과 비슷할 거라 생각하고 구경거리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정반대였다.
시간이 되어 주최측에서 인원점검을 하고 자료를 나눠주는데 감동. 책과 자료와 모자까지 나눠주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모자를 쓴 모습들을 보니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성물을 찾으러가는 고고학자들처럼 보이는 것이 나쁘진 않았다. 승선 수속은 비행기 탑승과는 달리 간단한 편이었다.
캐리어도 가지고 들어갈 수 있고 좀 편안했다. 4인1실이었다. 배는 낡았지만 낡은들 어떠랴, 살림 차릴 것도 아닌데... 늘 그렇듯 이내 구성원 탐색에 나섰다. 민증을 '까고' 막내를 뽑아 총무를 시키고 그 많은 세월 살아온 경험으로, 마치 예전부터 만나온 사람들처럼 낯가림없이 얘기꽃을 피우며 첫날부터 화기애애함을 보였다.
2일째지만 답사 첫날이 시작되었다. 성산두라고 하는 중국의 가장 동쪽에 자리 잡은 곳을 찾았다. 햇볕은 쨍쨍 쬐는 가운데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자유로움, 유적지 답사라는 설레임이 있어 따가운 햇볕도 두렵지 않았다. 진시황의 수레와 거대한 동상들이 세워져 유적지라기 보다는 관광지라는 느낌이 컸고 중국의 상술이 놀라울 뿐이었다. 원래 성산두에는 진시황과 관련된 몇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