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자 <경향신문>은 나주 성폭행 피해 아동의 일기장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화면캡처
피해 아동의 일기장도 공개되었다. <경향신문>은 지난 1일 성폭행 피해 초등생의 일기장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경향>은 "전남 나주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A양(7)은 책읽기와 그림일기 쓰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밝고 명랑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다"면서 A양이 납치를 당하기 전날인 8월 29일자 일기를 비롯해, 5월, 6월 작성된 일기를 공개했다.
이어 3일에는 "피해학생 긍정적인 성격에 또래보다 똑똑"이라는 제목과 함께, 송원영 견양대 심리상담치료학과 교수가 A양의 일기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트위터리안(@ga******)은 "아이 일기장을 왜 공개하고, 그게 도대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나"라면서 "그저 '이렇게 행복하던 아이가 '절망에 빠진 피해자'가 되었다는 자극적 구도로만 놓으려고 안달하는 모습"이라고 분개했다. 해당 기사 인터넷판에도 "그런데 이거 이렇게 막 보도해도 되나요? 분명히 안타깝긴 한데, 당사자 동의를 구한건지 궁금하네요(kul*****)"라는 댓글이 달렸다.
"오늘 아침 프로 보면서 경악했다. 피해아동의 집을 보여주고 일기장까지 공개하며 이웃인터뷰까지. 이건 피해자의 신상을 만천하에 알리는 명백한 2차 가해. 당신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는 건가!!(@nam****)"성폭력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2차 가해'도 이루어졌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동아일보><연합뉴스>, KBS 등은 일제히 '나영이(가명) 아버지' 인터뷰를 내보냈다. 각각의 인터뷰에서 '조두순 사건' 피해자 아버지는 "예전 악몽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진다"며 착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연합뉴스>은 이와 함께 지난 7월 통영에서 발생한 '김점덕 사건'으로 희생된 초등학생의 아버지의 인터뷰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2010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납치돼 성폭행 당했던 '김수철 사건'의 피해자 어머니를 찾아갔다. 언론이 나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집은 셈이다.
"사건의 본질은 '양극화'... 선정적 보도에만 매몰"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러한 보도가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언론이 나주 성폭행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근본적인 원인이나 대책에 대한 공론의 장을 형성해야 하는데 사건 자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데만 매몰됐다"면서 "이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을 보면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을 도면으로 보여준다든지, 일기장을 노출시키는 등 사건을 흥미 위주로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면서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PC방에 있었다'며 사건의 책임을 부모 개인에게 돌리는 것 등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이번 사건은 양극화 현상에 따른 사회적 부조리를 안고 있는 사람이 범죄자가 되고, 부모들이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된 환경에 있는 사람이 피해자가 된 사건"이라면서 "지금까지 나온 보도들은 이러한 양극화 문제 해결방안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게 아니라 상업주의적으로 흘러갔다"고 언론의 자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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