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낚시를 하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는 풍경이 강물처럼 풋풋하다.
김종성
자가용을 타고 떠나는 여행 때도 트렁크에 애마 자전거를 싣고 다니곤 했는데 역시 잘했다. 보너스를 받은 것만 같은 기분으로 달려간 섬진강변 자전거 여행길. 구담마을에서 마을마다 계속 이어지는 해맑은 강을 따라 구불구불 여유롭게 달렸다. 자전거 바퀴가 닿은 곳은 김용택 시인이 다녔다는 덕치초등학교. 이 작은 마을에도 산책로 겸 자전거길이 생기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여행의 즐거움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명상음악에 나오는 듯한 새 소리, 풀벌레 소리를 응원 삼아 들으며 인적없고 고즈넉한 강변을 달린다. 풍경도 감상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달리다 어디선가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물가에 놀러 온 어느 식구들이 보인다. 맑고 깨끗한 강물처럼 아이들의 표정도 귀엽고 해맑기만 하다.
막내둥이 아기는 이상한 헬맷과 까만 선글라스를 쓴 아저씨가 무서울 법도 한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웃기만 한다. 강변을 내내 달리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반가운 마음에 나도 바지를 걷고 강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아이들 아버지가 잡은 물고기들을 구경도 하며 잠깐이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강변엔 이렇게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 홀로 강가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를 쓸쓸함에 빠지지 않게 해줬다.
풋풋한 강변에 어울리는 작고 좁은 임도는 강의 폭이 커지고 넓어지면서 도시에서나 봄 직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로 이어졌다. 보행로 겸 자전거 도로만 보면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 싶다가도, 그 옆을 흐르는 섬진강이나 주변 풍경을 보니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가 본 다른 지역의 새 자전거 도로에서도 같은 인상을 받았다. 집을 한 채 지어도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을 추구했던 조상들의 지혜와 전통이 언제쯤 부활할지 아쉽고 안타까웠다.
시인이 살던 마을, 고향 삼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