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는 그림로비를 통한 인사청탁 의혹과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의혹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자료사진)
유성호
국제조세관리관 시절 국세청장과 함께 베트남에 갔고, 베트남 국세청장이 방한했을 때 영접한 경력이 있는 안 전 국장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투입하려고 여름휴가 중인 안 전 국장을 불러냈던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도 아닌 세원관리국장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 자체가 의심을 불러왔다.
"태광실업은 부산지역 기업이고, 재계 순위도 200위권 밖에 있는 회사였다. 세무조사는 엄연히 해당지역 조사국에서 하는 것이고, 부산기업이라면 부산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본청 소속도 아니고 업무도 관련이 없는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조사업무에 투입되는 것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어,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어떻게 조사업무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 <잃어버린 퍼즐>, 22쪽
이에 한상률 청장은 "필요하다면 서울청장에게 지시해 공식적인(세무조사) 명령을 내려주겠다"며 "그동안 태광실업 계좌 확보를 위한 방법이나 강구하면서 기다리다가 명령을 받으면 바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이어 한 청장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일주일에 한두 번 독대를 하고 있다. 이번에 일을 잘 해내면 대통령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해서 당신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겠다." - <잃어버린 퍼즐>, 23쪽안 전 국장은 "대통령과 독대해서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준다는 얘기는 곧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대통령과 국세청장이 의논한다는 뜻이며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기획조사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중에 한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 했다는 보도가 나와 이러한 안 전 국장의 증언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27일 자 <조선일보>는 "지난달(10월) 24일 끝난 1차 세무조사의 결과는 최근 한상률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 청장에게 "국세청이 대단하다"고 크게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09년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이 대통령은 지난해(2008년) 11월 국세청의 세무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우리쪽 사람 중에도 관련되는 사람이 있겠지만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한 청장을 독대했는지는 최종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이 대통령이 국세청에게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와 국세청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한 청장은 지난 2009년 4월 13일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독대는 없었다"면서도 "(만약 독대했더라도 그것은) 형식에 불과하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기획된 몇 가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