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호수라고요? 아닙니다. 벼가 무르익던 관기들이 호수처럼 변했습니다.
황주찬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하기 나흘 전인 지난 23·24일, 전남 여수에는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틀 동안 내린 비의 양이 315mm입니다. 그야말로 '물폭탄'이 터졌습니다. 이 비로 여수시 소라면 관기리 경작지 180ha가 물에 잠겼습니다. 논이 호수로 변했습니다. 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에 잠겼습니다. 농민들은 화가 났습니다.
트랙터를 끌고 나와 배수갑문을 강제로 들어 올렸습니다. 관기리 경작지는 간척지입니다. 때문에 물 빠짐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곳입니다. 비가 많이 오더라도 물이 곧장 바다로 빠지면 대규모 침수 피해는 막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피해를 줄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배수갑문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많은 비가 내린 지난 24일, 안타깝게도 관기국가관리방조제 배수갑문은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배수갑문이 충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엉거주춤 열린 배수갑문 탓에 논에 물 빠짐이 늦어졌습니다. 그 결과 180ha가 물에 잠겨 호수로 변했습니다.
급기야 24일 오전, 관기리 경작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모였습니다. 간밤에 내린 폭우로 호수가 된 논을 애타게 바라보던 농민들이 회의를 마치고 트랙터를 몰고 나왔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물이 세차게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배수갑문에 목숨을 걸고 내려갔습니다.
8개의 문비(물을 막는 철판)에 밧줄을 걸어 트랙터와 연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트랙터 8대를 이용해 배수갑문을 높이 치켜들자 관기리 경작지를 가득 채운 물이 시원스레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물이 들을 채운 터라 그 후 이틀 동안 침수가 이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