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신문>이 입수한 '2011년 부평구시설관리공단 사무 7·8급 공개 채용' 필기시험지.
한만송
문제는 시험이 시작된 지 15분이 지나서 7·8급 응시자들에게 각각 배부된 시험지가 서로 바뀐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일부 응시생들은 감독관에게 "시험지가 바뀐 것이 아니냐"고 문의했고, K사와 공단 관계자들은 배부된 시험지가 서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
구에서 파견돼 시험 감독관으로 참석한 당시 공단 인사담당 팀장은 "현장에서 K사 관계자에게 '시험이 무효가 되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K사 관계자는 '시험시간이 15분 지났기 때문에 시험지를 회수해 다시 배부하는 것은 불가하고, 다만 영어문제가 8급과 7급이 같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K사 관계자는 27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저희 과실이라 서비스 차원에서 시험문제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공단에서 시험을 그대로 진행하자고 해서 그대로 진행했다"는 상반된 주장을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가 '을'의 관계인데, 재시험 여부를 어떻게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7·8급 시험지가 서로 바뀐 것을 인지했음에도 불구, 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공단 관계자들은 시험을 그대로 강행해 합격자 21명을 선발했다.
취재 결과, 이날 사무 7·8급 시험 문항 중 영어 3개, 일반상식 5개, 경영학 4개 문항 등 총12문항이 서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공단 측은 응시생들에게 사실상 거짓말을 하고 시험을 그대로 강행했다. 당시 시험 현장에서 공단 측이 시험지를 회수하는 바람에 응시생들은 바뀐 시험지의 차이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응시자는 없지만, 추후 이의를 제기할 경우 시험의 적법성 논란이 예상된다.
공단 측은 시험을 강행할지를 고민하다가 재시험에 대한 문제가 더욱 커질 것 같아 그대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단 이사장과 관계자는 27일 인터뷰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었냐?"는 물음에 "(선의의 피해자) 나올 수도 있지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시험지가 바뀐 것은 문제지만, 난이도와 개인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사장이 현장에서 시험을 중단시켰어야하는 것 아니었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사장이) 1차 보고 때에만 (현장에) 있었고, 2차 보고 때는 밖에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평신문>이 취재한 결과, 당시 시험 강행은 공단 이사장과 인사담당 팀장 등이 결정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단 내부 관계자는 "시험 자체가 문제가 됐다면, 시험을 중단하고 재시험을 했어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연이어 터지는 채용 비리와 잡음은 전적으로 자정 능력을 상실한 공단 책임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부평구의회 이소헌 의원도 "시험지가 바뀌면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를 쉬쉬하면서 덮으려고 해 더 키운 것 같다"며 "재정난에도 불구, 혈세를 퍼붓는 공단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지도, 감독을 제대로 못하는 구의 잘못도 크고, 공단 의 자정 능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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