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화려한 돌잔치,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
김광륜
지난 2009년, 나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은 갈등과 합의를 하는 과정을 겪어 왔다. 결혼 당사자의 생각과 방법으로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끊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길어야 1시간, 대부분 20여 분도 안 되는 결혼식. 이런 결혼식인데도, 결혼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 못 하는 문화가 너무나 이상했다. 주례 선택에서 결혼식 입장까지 어느 하나 당사자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물론 사회 저명한 인사가 아니어도 두 사람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분에게 주례를 부탁드렸고, 두 손을 맞잡고 동시 입장을 했다).
어느새 이런 풍조는 결혼식을 넘어 돌잔치까지 연결된다. 태어나기도 전에 돌잔치 장소를 예약해야 하고, 좋은 뷔페가 나오는 곳을 선택해야 하며, 돌잔치 이벤트를 위해 유명한 사회자를 섭외해야 한다.
게다가 결혼식보다 더 화려한 드레스를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입혀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게 어색한 돌잔치 주인공은 여지없이 울음보를 터트린다. 평소 내가 입던 옷, 평소 내가 보던 아빠·엄마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형화돼 있는 돌잔치를 하지 않으려 하면 주변에서는 큰일이 난 것처럼 한마디씩 건넨다.
"그래도 밥은 줘야지", "그래도 애 돌인데, 돌상은 차려줘야지","축의금도 안 받는다고?""에이... 그게 뭐야""좋은 게 좋은 거지..."아기는 주목받지 못하는 돌잔치
아이가 1년 동안 잘살고, 그 삶 속에 함께한 부모가 가까운 친지·정겨운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돌잔치. 하지만 요새의 '돌잔치'는 계약업체에 따라 다른 치장과 색다른 뷔페 음식만 있을 뿐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다.
돌잔치 장소에 입장하기 전에 화려하게 꾸며놓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과 로또 같은 번호표, 각종 초와 장식, 아이의 성별에 맞춰 꾸며 놓은 화려한 돌상, 값비싼 장소 대여료와 뷔페 음식... 이렇게 '최적의 상업화'된 돌잔치를 보며, 어쩌면 아기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소중한 자리가 아닌 업체(자본)가 만들어 놓은 가식적인 틀에 부모들이 족쇄마냥 끌려가고 있는 것 아닐까.
돌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돌잡이'다. 그렇지만 돌잡이를 자세히 보면 주인공은 1년 동안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가 아니라 사회자인 것처럼 보인다. 화려한 언변과 상황에 맞는 재치 있는 행동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만 두게 만들어 버린다. 단지 부모님과 아이는 뒤에서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할 뿐. 아이가 주인공이 될 때는 돌잡이를 하는 순간뿐이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그 시간 말이다. 게다가 주인공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다. 사회자의 일정에 맞추려면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서라도 돌잡이를 해야 한다. 도대체 누가 주인공인지 종잡을 수 없다.
돌잔치의 대안을 고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