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을 사고 있는 친구와 우리 아이들
서주
항해시간 한 시간짜리는 너무 비싸고, 15분짜리는 가다가 말 것 같았다. 우리는 중간인 30분 정도가 가격 면에서도 그렇고 행여나 아이들이 힘들어 할 지도 모르므로 길지 않아 적당하다고 결정했다.
틀림 없이 30분짜리 티켓을 끊었는데, 딱히 정해진 요트는 없었다. 직원이 우리들을 정박한 요트들 쪽으로 데려가더니 요트 주인에게 의사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두 요트의 주인들이 렌트를 허락해주었다.
아주 작은 요트였지만, 우리 일행 다섯 명이 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구명조끼를 구비한 요트는 둘 중에 아무도 없었다. 요트 주인들은 우리를 쳐다 보며 '거 참 까탈스런 외국인들..'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친구는 자신은 수영을 할 줄 아니까 조끼 네 개만 있으면 된다고 한 발 물러섰다. 나는 강력하게 친구를 말렸다.
"수영은 나도 해. 하지만 바다수영은 달라. 아이들은 너무 어리고. 얼마나멀리 갈지 모르는데 반드시 있어야만 해"
나는 티켓을 물릴 각오를 하고 구명조끼를 우리숫자대로 구해오라고 직원에게 요구했다. 분명히 해상안전사고에 대한 부분도 티켓에 명시되어있었다.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사고라도 났다면 장비를 제대로 갖춰 승선하지 않은 우리 책임이 더 클 것이었다.
즐기려고 왔는데 목숨을 거는 기분으로 배를 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요트를 처음타보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날이 배 승선 이전에 어떤 준비물을 갖춰야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분란없이 직원은 정박 중인 요트들에서 한두 개 씩 빌려와 숫자를 맞춰주었다. 일행중가장 막내인 마리는 신나라하면서도 요동치는 요트가 무서웠는지 승선 내내 내 친구 품에 꼭 안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