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이브뮤직 페스타 입장권
김윤진
<건축학 개론>이 나의 이야기라며 눈물지었던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두 번은 못할 짓이 아닐까 모르겠다. 새벽에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잔 조카는 다음날 광나루역으로 갔다. 오늘도 밴드 공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청춘은 좋다.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여고생 열 명이 있으면 그 중 세 명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세 명은 가수 외에 배우나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고, 다른 세 명은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데, 참 드문 마지막 한 명이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 조카는 바로 그 참 드문 경우였다.
공중파의 위력, 혹은 사회적 책임공연을 보러 갈 때 나도 이미 로맨틱 펀치와 몽니, 예리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 같은 밴드를 알고 있었다. 내가 특별히 밴드 음악을 찾아 들어서가 아니라, 공중파 프로그램인 <탑밴드>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공연장에 가서 보니 밴드들도 공중파 TV를 통해 대중에게 좀 더 밴드 음악을 알릴 기회를 얻게 된 것을 기뻐하는 눈치였다.
공영방송 KBS에서 경연 방식으로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든 생각은 요즘 각종 방송사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 중 또 하나일 뿐이라는 느낌이었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라 보이려고 밴드 음악을 가지고 오디션을 한다는 것일 뿐 뭐가 다를까 싶었다.
하지만, 밴드 장미여관이 봉숙이라는 곡으로 검색 사이트에서 이슈가 되었듯이 이 프로그램은 숨어있는 진주들을 찾아주었다. 그래서 나 같은 음악 문외한이 밴드 음악의 매력을 알고, 직접 공연도 보러가게 하는 배경을 제공해 주었다. 문화의 다양성을 제공해 주었다는 면에서, KBS는 항상 주장하던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긍정적 평가를 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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